박현주發 '랩 수수료' 인하…증권가 '초긴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래에셋, 3.0→1.9%로 인하…현대증권도 1.0~1.5%로 낮춰
삼성·우리·한국은 "무대응"…중소형사, 랩 판매 타격 클 듯
삼성·우리·한국은 "무대응"…중소형사, 랩 판매 타격 클 듯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촉발한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회오리가 증권업계에 몰아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10일 수수료율을 연 1%대로 전격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불을 댕겼다.
다른 증권사들은 시장 추이를 주시하며 대응전략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자문형 랩 판매의 '빅3'인 삼성 · 우리투자 · 한국투자증권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수료 인하가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 · 현대증권,연 1%대 인하
미래에셋증권은 자문형 랩 수수료를 오는 14일부터 현행 연 3.0%에서 연 1.9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박 회장이 수수료가 비싸다고 문제를 제기한 지 사흘 만이다. 다만 전체 수수료를 줄이더라도 투자자문사에 주는 0.60%의 자문수수료 수준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인하 혜택은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수수료 인하를 통해 자산관리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선의의 수익률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수수료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현재 가입금액에 따라 연 1.5~3.0%를 받던 수수료를 절반 수준인 연 1.0~1.5%로 대폭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자문형 랩 수수료는 펀드 투자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가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경우 1.95%의 보수를 매년 내야 한다. 여기에다 가입 또는 환매할 때 내는 선 · 후취수수료(연 0.96~0.99%)를 감안하면 투자자의 실질적인 부담은 연 2.5% 안팎에 달한다.
◆중소형사 긴장,대형사는 무반응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의 수수료 전격 인하에 대해 대형사들은 일단 냉담한 반응이다. 시장을 선점한 '빅3' 증권사는 '무대응'한다는 입장이고 대우 · 하나대투 · 신한금융투자도 일단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보경 삼성증권 상무는 "사모형 상품은 계좌별 관리로 인해 관리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상품 수수료는 결국 시장에서 고객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가입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차별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수료는 이미 2%선으로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1억원 미만 자문형 랩은 수수료가 연 3%이지만 1억원 이상에선 금액에 따라 최저 연 1.2%까지 내려간다"며 "이미 전체 자문형 랩 잔액의 60%가 연 2%의 수수료를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자문형 랩 판매 규모가 적은 증권사들은 고객들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당장 수수료 인하 계획은 없지만 자문형 랩 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를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영향은 제한적일 듯
증권업계에선 이번 수수료 인하의 파장이 크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수수료 인하 선봉에 선 미래에셋과 현대증권이 자문형 랩에선 후발주자란 이유에서다. 현재 미래에셋의 자문형 랩 규모는 8025억원으로 업계 4위,현대(2000억원)는 8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등 선발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내리면 모를까,후발주자들이 내리는 것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고액 자산가들이 1%포인트 안팎의 수수료 때문에 증권사를 옮길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계기로 자문형 랩의 적정 수수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초과수익이 나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성과보수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토러스 · 하이투자증권 등은 기본수수료를 연 1~2%대로 낮추는 대신 수익률 10% 달성시 초과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받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기헌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성과보수를 도입하면 기본보수는 낮아지고,인센티브로 운용 성과는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