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거제… 고로쇠물이 흐른다, 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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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 일주일 전부터 채취…가뭄 심했지만 맛 진해져
시원한 대구탕, 또 다른 별미
시원한 대구탕, 또 다른 별미
거제 고로쇠물 채취가 시작됐다. 진해만 장목면 앞바다의 대구잡이 호망(壺網)은 거둬들이는 중이다. 뜻밖의 한파에 얼어붙었던 봄기운이 시나브로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고로쇠물은 거제에서 제일 먼저 난다. 남부 노자산 기슭 자연휴양림 일대에서 전국 첫물 수확이 이뤄진다. 대구는 남녘에 남아 있는 겨울 흔적을 싹 거두어 가는 주인공.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진해만까지 내려와 알을 낳고,정월 보름 전후의 봄기운에 놀라 동해로 북상한다.
◆달콤한 생명의 기운
거제 고로쇠물은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정도 앞서 나온다. 입춘 1주일 전부터 청명 언저리까지 두 달 가까이 난다. 올해는 조금 늦었다. 겨울 가뭄이 워낙 심했던 탓이다. 다른 곳에는 많이 내렸던 눈도 거의 없었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원주 거제고로쇠협의회장은 "대신 맛이 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거제에서 두 달 동안 수확하는 고로쇠물은 40만ℓ쯤 된다. 18ℓ들이 큰 통으로 2만2000여통이다. 거제에는 자연휴양림을 포함한 국 · 사유림에 2만여그루의 고로쇠나무가 자생한다. 60여농가가 이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8억여원의 수입을 올린다.
고로쇠물 채취 방법은 간단하다. 고로쇠나무 둥치에 드릴로 1.5㎝ 깊이 구멍을 뚫고 무공해 비닐백이 달린 실리콘관을 꽂아놓으면 된다. 줄기 굵기에 따라 구멍 개수를 달리한다. 10㎝ 굵기의 줄기라면 1개를 뚫는다고 보면 된다.
"많이 나올 때면 구멍 하나에서 하룻밤 사이 6ℓ까지 받아요. 주로 오후에 나오고 오전이나 밤에는 안 나와요. 날씨에 민감하죠.흐리거나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아요. 전형적인 3한4온 기간 중 햇빛 좋은 날이 최고죠.한 나무에서 5~6번 정도 해서 모두 10말쯤 받는다고 보면 돼요. "
고로쇠물은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을까. 특이한 방법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결이라면 뜨끈한 방에서 땀을 빼며 많이 마시는 것이다. 고로쇠란 이름이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됐듯이 골다공증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맛은 차가울수록 좋다는 게 정설.유 회장은 "살얼음이 얼 정도로 찬 고로쇠물 맛이 제일 좋다"고 귀띔한다.
◆개운한 맛의 향연
고로쇠물에 버금가는 거제의 봄의 전령은 매화꽃이다.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교정의 100세 매화나무 가지엔 벌써 하얀 꽃이 피었다. 대구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는 봄을 몰고 오는 게 아니라 겨울을 끌고 간다.
대구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다. 우리나라 연안과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에서 산다. 초겨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란을 위해 수심이 얕은 연안을 찾아든다. 대표적인 데가 거제 진해만이다. 산란기가 끝나는 음력 정월 보름께면 다시 큰 바다로 나간다. 대구 수명은 12년 정도인데 진해만에는 4~6년짜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벌여 회유하는 대구가 크게 늘었다. 외포항에서 거래되는 물량만 매년 6만~7만마리를 헤아린다.
외포대구는 유명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조선왕조실록에 매년 10월 거제 대구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산란기여서 어획이 금지된 1월에도 거제에서는 잡을 수 있다. 외포대구는 그만큼 싱싱하고 맛이 좋다. 거가대교가 개통되고 나서 외포항 횟집들이 더 붐빈다. 이리(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있는 정액 덩어리)도 들어 있는 생대구탕 맛이 정말 시원하다.
요즘은 대구잡이 호망을 거둘 때다. 대구 산란이 다 끝나버렸다. 알 이리가 없는 놈이 많다. 70㎝ 3㎏짜리가 4만~5만원,알과 이리가 들어있으면 6만~7만원 한다. 그것도 20일께면 끝이다. 공성택 거제 대구 호망협회장은 "철망할 때라 월말께면 다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외포항 주변 식당들도 대구를 이용한 메뉴를 일절 내놓지 않는다. 건대구를 갖다쓰지도 않는다. 할 수 있나. 시내 음식점에서 '대구뽈찜'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거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팁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대전간고속도로~통영나들목~14번국도~신거제대교~거제.해저 48m를 지나는 3.7㎞ 길이의 침매터널과 4.5㎞ 길이의 사장교로 이어진 거가대교가 부산과 거제를 연결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0회 거제행 버스가 다닌다. 4시간30분 걸린다.
신선대 쪽 콘도형 가족호텔인 해금강블루마우리조트(055-632-6377)가 근사하다. 방에서 보는 바다 풍광이 좋다.
지세포만 14번 도로변의 관광호텔 상상속의집(055-682-5251)도 바다전망을 자랑한다.
외포 어판장 입구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의 대구탕 맛이 시원하다. 1만5000원.생대구가 날 때만 한다.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곁들인 멍게비빔밥을 낸다. 1만5000원.고현 백만석(055-638-3300)은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1만2000원.내간리 원조거제굴구이(055-632-4200)의 굴이 싱싱하다. 굴구이 2만2000원.장승포 항만식당(055-682-3416)의 해물뚝배기도 거제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대자 7만4000원.고로쇠물은 거제고로쇠협의회(010-9337-2350)에 주문하면 된다. 택배비를 포함,18ℓ에 5만원.거제시 관광과(055)639-3022,www.geoje.go.kr
◆달콤한 생명의 기운
거제 고로쇠물은 다른 지역보다 한 달 정도 앞서 나온다. 입춘 1주일 전부터 청명 언저리까지 두 달 가까이 난다. 올해는 조금 늦었다. 겨울 가뭄이 워낙 심했던 탓이다. 다른 곳에는 많이 내렸던 눈도 거의 없었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원주 거제고로쇠협의회장은 "대신 맛이 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거제에서 두 달 동안 수확하는 고로쇠물은 40만ℓ쯤 된다. 18ℓ들이 큰 통으로 2만2000여통이다. 거제에는 자연휴양림을 포함한 국 · 사유림에 2만여그루의 고로쇠나무가 자생한다. 60여농가가 이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8억여원의 수입을 올린다.
고로쇠물 채취 방법은 간단하다. 고로쇠나무 둥치에 드릴로 1.5㎝ 깊이 구멍을 뚫고 무공해 비닐백이 달린 실리콘관을 꽂아놓으면 된다. 줄기 굵기에 따라 구멍 개수를 달리한다. 10㎝ 굵기의 줄기라면 1개를 뚫는다고 보면 된다.
"많이 나올 때면 구멍 하나에서 하룻밤 사이 6ℓ까지 받아요. 주로 오후에 나오고 오전이나 밤에는 안 나와요. 날씨에 민감하죠.흐리거나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아요. 전형적인 3한4온 기간 중 햇빛 좋은 날이 최고죠.한 나무에서 5~6번 정도 해서 모두 10말쯤 받는다고 보면 돼요. "
고로쇠물은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을까. 특이한 방법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결이라면 뜨끈한 방에서 땀을 빼며 많이 마시는 것이다. 고로쇠란 이름이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됐듯이 골다공증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맛은 차가울수록 좋다는 게 정설.유 회장은 "살얼음이 얼 정도로 찬 고로쇠물 맛이 제일 좋다"고 귀띔한다.
◆개운한 맛의 향연
고로쇠물에 버금가는 거제의 봄의 전령은 매화꽃이다.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교정의 100세 매화나무 가지엔 벌써 하얀 꽃이 피었다. 대구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는 봄을 몰고 오는 게 아니라 겨울을 끌고 간다.
대구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다. 우리나라 연안과 오호츠크해 베링해 등에서 산다. 초겨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란을 위해 수심이 얕은 연안을 찾아든다. 대표적인 데가 거제 진해만이다. 산란기가 끝나는 음력 정월 보름께면 다시 큰 바다로 나간다. 대구 수명은 12년 정도인데 진해만에는 4~6년짜리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벌여 회유하는 대구가 크게 늘었다. 외포항에서 거래되는 물량만 매년 6만~7만마리를 헤아린다.
외포대구는 유명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조선왕조실록에 매년 10월 거제 대구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산란기여서 어획이 금지된 1월에도 거제에서는 잡을 수 있다. 외포대구는 그만큼 싱싱하고 맛이 좋다. 거가대교가 개통되고 나서 외포항 횟집들이 더 붐빈다. 이리(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있는 정액 덩어리)도 들어 있는 생대구탕 맛이 정말 시원하다.
요즘은 대구잡이 호망을 거둘 때다. 대구 산란이 다 끝나버렸다. 알 이리가 없는 놈이 많다. 70㎝ 3㎏짜리가 4만~5만원,알과 이리가 들어있으면 6만~7만원 한다. 그것도 20일께면 끝이다. 공성택 거제 대구 호망협회장은 "철망할 때라 월말께면 다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외포항 주변 식당들도 대구를 이용한 메뉴를 일절 내놓지 않는다. 건대구를 갖다쓰지도 않는다. 할 수 있나. 시내 음식점에서 '대구뽈찜'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거제=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팁
서울에서 경부·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대전간고속도로~통영나들목~14번국도~신거제대교~거제.해저 48m를 지나는 3.7㎞ 길이의 침매터널과 4.5㎞ 길이의 사장교로 이어진 거가대교가 부산과 거제를 연결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0회 거제행 버스가 다닌다. 4시간30분 걸린다.
신선대 쪽 콘도형 가족호텔인 해금강블루마우리조트(055-632-6377)가 근사하다. 방에서 보는 바다 풍광이 좋다.
지세포만 14번 도로변의 관광호텔 상상속의집(055-682-5251)도 바다전망을 자랑한다.
외포 어판장 입구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의 대구탕 맛이 시원하다. 1만5000원.생대구가 날 때만 한다.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곁들인 멍게비빔밥을 낸다. 1만5000원.고현 백만석(055-638-3300)은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1만2000원.내간리 원조거제굴구이(055-632-4200)의 굴이 싱싱하다. 굴구이 2만2000원.장승포 항만식당(055-682-3416)의 해물뚝배기도 거제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대자 7만4000원.고로쇠물은 거제고로쇠협의회(010-9337-2350)에 주문하면 된다. 택배비를 포함,18ℓ에 5만원.거제시 관광과(055)639-3022,www.geoj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