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최근 소요 사태로 인해 30년 동안 유지해 왔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과 이스라엘간의 `차가운 평화'가 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측은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의 새로운 리더십이 `친 이슬람, 반 이스라엘' 정서가 짙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1979년 양국이 맺은 평화조약이 유지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가지면서 외교.무역 관계가 격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특히 새 지도부가 군사력을 확장하고 양국간 사막 경계선을 강화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고 있는 가자 지구를 재침공할 가능성 조차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스라엘은 특히 이집트의 야권 세력 무슬림 형제단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스라엘은 무바라크와 평화 조약을 맺고 있을 뿐 이집트 국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집트와의 6일 전쟁을 통해 시나이 반도와 가자 지구를 획득했고, 1973년에는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한 바 있으나 1978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1979년 평화 조약의 단초를 열었다.

이후 1982년 이스라엘은 평화 조약에 따라 이집트에 시나이 반도를 반환했고, 2005년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협정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해 왔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은 최대 우방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최우선으로 나섰다.

9일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톰 도닐론 백악관 국가 안보 보좌관 등과 연쇄회담을 가졌고, 미국의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약속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무바라크 정권의 즉각 퇴진을 공식적으로 압박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 미국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바라크 장관은 미국 정부로 부터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확답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이집트 소요 사태 와중에서 이스라엘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군에 의한 점진적인 정권 교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술레이만 부통령은 바라크 장관을 비롯한 다른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단 슈에프탄 교수는 "이집트에 이스라엘에 비우호적 정권이 들어서면 비록 평화조약이 당장 파기되지는 않겠지만, 이 지역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군대를 확장하고 군사비를 증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