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구 맞아?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라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땅위에 불쑥불쑥 솟아 있는 '요정의 굴뚝',땅 속 깊은 곳의 '고대 지하도시'…. 그 모든 게 지구상의 풍경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눈을 뜨니 먼 외계의 별에 와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카파도키아에 각인된 자연의 솜씨와 인공의 흔적이 그만큼 드라마틱하다.

◆신기한 요정의 굴뚝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앙의 고원지대를 말한다. 기원전 6세기께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때에 생긴 작은 왕국의 이름이기도 하다. 말을 키우던 '말의 땅'이란 뜻을 갖고 있다. 카파도키아의 유명세는 경이로운 자연에서 나온다. 남근 모양의 바위기둥 계곡과 거대한 지하도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위기둥은 원추형이다. 위로 갈수록 적당하게 가늘어진다. 바위기둥 머리에 삿갓 모양의 현무암 덩어리가 얹혀져 있다. 잘 생긴 남근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이곳에서는 바위기둥을 '요정의 굴뚝'이라고 부른다. 과연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오는 집 모양과 똑같다.

바위기둥 지형은 화산과 빗물 바람에 의해 형성됐다고 한다. 카파도키아 일대는 화산지대였다.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제일 높은 에르지예스산과 하산산이 폭발해 화산재가 쌓였다. 화산재는 응회암으로 굳었고,그 위에 용암이 흘렀다. 다음은 빗물과 바람 차례.스며든 빗물에 바위층의 부드러운 부분이 씻겨 내려갔다. 바람은 흙부스러기를 날려보내며 마무리 작업을 했다.

카파도키아는 단순한 자연관광지는 아니다. 성지순례 코스의 주요 목적지이기도 하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암굴교회가 있다. 카파도키아에는 200여개의 암굴교회가 있는데 이 중 10개가 괴레메에 있다. 로마시대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어온 기독교인들의 신앙공간이라고 한다. 여러 암굴교회의 벽과 천장에 성화가 그려져 있다. 예수의 행적이나 성경의 내용을 옮긴 것들이다. 토칼르교회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비잔틴시대 벽화를 제외하면 많이 훼손됐다.

◆개미집 같은 지하도시

열기구 여행이 환상적이다. 열기구는 1시간가량 카파도키아 계곡 풍경을 샅샅이 보여준다. 외계 어느 별의 지형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동굴호텔도 근사하다. 엘케프에비호텔,유나크에블레리호텔 등 개인 동굴 형태의 객실 분위기가 색다르다.

카파도키아는 거대한 지하도시로도 주목받는다. 카파도키아 일대에는 여러개의 지하도시가 있다. 데린쿠유의 지하도시가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작은 구멍으로 사라진 닭을 찾으려다가 발견했다. 누가 살았는지,무슨 용도로 쓰였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전무하다. 고대 전쟁 때의 피란처,초기 기독교도들의 은신처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20층 규모다. 관광객은 지하 55m인 8층까지만 내려갈 수 있다. 지하도시 내부는 개미집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통로는 좁고 낮다. 겨우 한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층마다 방 부엌 창고 가축우리로 쓰였을 공간이 따로 있다. 예배당으로 보이는 십자 형태의 공간도 있다. 방과 방을 잇는 통로 끝에는 연자방아 모양의 커다란 돌이 세워져 있다. 적이 침입했을 때 더이상의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다. 돌을 옆으로 굴리면 통로가 꽉 막힌다.

방과 방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의사 소통을 위한 것이다. 고기를 굽는 연기는 흔적 없이 빠져나가고 신선한 공기는 빨아들이는 통풍구도 있다. 식수를 위해 우물도 파두었다. 긴급 시 다른 지하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비밀통로도 9㎞나 이어져 있다. 완벽한 지하도시다. 요즘 기술로 똑같이 만들 수 있을까. 공기조절장치 등 첨단 기술을 빌리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층을 내려갈수록 짙어진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팁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에 걸쳐 있다. 수도는 중북부의 앙카라,공용어로 터키어를 쓴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5배,인구는 6700만명이며 99%가 이슬람교도다. 통화 단위는 터키리라.현금 매입 기준으로 1터키리라에 759원 선.한국보다 7시간 늦다. 오는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는 서머타임을 적용하기 때문에 6시간 늦다. 220V 전기를 쓴다.

터키항공과 대한항공이 이스탄불 직항편을 운항한다. 12시간 소요. 이스탄불에서 20여개 지역으로 운항하는 국내선이 매일 뜬다. 카파도키아는 카이세리나 네브쉐히르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1시간30분 걸린다. 장거리 버스노선이 잘 발달돼 있다. '오토갈'이라고 불리는 버스터미널에 가면 각지로 이동하는 여러 등급의 버스를 탈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 12시간가량 걸린다. 터키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