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죄수의 딜레마' 빠진 배출권거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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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협력없이는 효과 없어
성급한 도입보다 철저한 대비를
성급한 도입보다 철저한 대비를
공짜는 아껴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마구 쓰는 편이 유리하다. 환경오염의 근본 원인은 바로 환경자원이 공짜라는 데 있다. 지구 온난화도 화석연료를 태우고 남는 쓰레기인 이산화탄소를 공짜로 마구 배출해서 발생한 문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유료화가 온난화 문제의 한 해결책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배출권거래제는 쓰레기종량제처럼 배출권이라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종의 이산화탄소 유료화 제도다. 배출권거래제 하에서 기업은 배출권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배출권 발행량을 통해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고,기업은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감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효율성 높은 제도라는 점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이미 입증돼 있다.
문제는 도입 시기다. 정부는 10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2013~2015년 사이에 탄력적으로 시행 시점을 잡기로 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난 100년 이상 동안 배출돼 누적된 이산화탄소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한 나라가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당 기간 동안 모든 나라가 협력해 함께 줄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문제다. 그러니 홀로 실시해 보아야 지구온난화 방지에 뚜렷한 기여도 없이 기업의 비용 부담만 증가시키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선뜻 먼저 나서는 국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배출권거래제가 기후변화의 유일한 방안이 아니다"며 도입 의사를 번복했고,일본은 2010년 12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중국과 같은 대량 배출국의 협력 없이는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세계는 협력하면 최선을 이룰 수 있지만 경쟁관계로 말미암아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세계를 죄수의 딜레마에서 구출할 구세주는 누굴까. 아쉽게도 전 세계 배출량 비중이 1.7%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역부족이다.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협력 없이는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해서 될 위치도 아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가면서까지 리더가 될 필요는 없지만 세계 협력에 동참하는 적극 추종자 역할이면 족해 보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은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 역량을 축적하면서 세계적 협력에 적극 동참할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배출권거래제는 책상 위에서 고안돼 실시할 수 있는 간단한 제도가 아니다. 배출권의 유무상 할당 범위,배출권 이월과 차입 기간,배출량 측정 · 보고 · 검증 시스템,업종별 특별조치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사실 업종별 감축 잠재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목표관리제를 통해 정부와 기업 모두 배출권거래제도 실시 전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몇 가지 단기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갈 길 먼 이슈다. 궁극적으로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 그러나 준비만 하고 있으면 즉시 실시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도와 달리,저탄소사회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석연료는 값비싼 에너지원이라는 시그널이 지속적으로 켜져 있을 때,서서히 전환되는 사회다. 휘발유 값이 당장 몇 백원 올랐다고 호들갑 떨어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사회인 것이다.
박주헌 < 동덕여대 교수·경제학 >
배출권거래제는 쓰레기종량제처럼 배출권이라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종의 이산화탄소 유료화 제도다. 배출권거래제 하에서 기업은 배출권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배출권 발행량을 통해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고,기업은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감축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효율성 높은 제도라는 점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이미 입증돼 있다.
문제는 도입 시기다. 정부는 10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2013~2015년 사이에 탄력적으로 시행 시점을 잡기로 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난 100년 이상 동안 배출돼 누적된 이산화탄소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한 나라가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당 기간 동안 모든 나라가 협력해 함께 줄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문제다. 그러니 홀로 실시해 보아야 지구온난화 방지에 뚜렷한 기여도 없이 기업의 비용 부담만 증가시키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선뜻 먼저 나서는 국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배출권거래제가 기후변화의 유일한 방안이 아니다"며 도입 의사를 번복했고,일본은 2010년 12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중국과 같은 대량 배출국의 협력 없이는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세계는 협력하면 최선을 이룰 수 있지만 경쟁관계로 말미암아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되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위험에 직면한 것이다.
세계를 죄수의 딜레마에서 구출할 구세주는 누굴까. 아쉽게도 전 세계 배출량 비중이 1.7%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역부족이다.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협력 없이는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해서 될 위치도 아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가면서까지 리더가 될 필요는 없지만 세계 협력에 동참하는 적극 추종자 역할이면 족해 보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은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 역량을 축적하면서 세계적 협력에 적극 동참할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배출권거래제는 책상 위에서 고안돼 실시할 수 있는 간단한 제도가 아니다. 배출권의 유무상 할당 범위,배출권 이월과 차입 기간,배출량 측정 · 보고 · 검증 시스템,업종별 특별조치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사실 업종별 감축 잠재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목표관리제를 통해 정부와 기업 모두 배출권거래제도 실시 전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몇 가지 단기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갈 길 먼 이슈다. 궁극적으로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 그러나 준비만 하고 있으면 즉시 실시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도와 달리,저탄소사회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석연료는 값비싼 에너지원이라는 시그널이 지속적으로 켜져 있을 때,서서히 전환되는 사회다. 휘발유 값이 당장 몇 백원 올랐다고 호들갑 떨어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사회인 것이다.
박주헌 < 동덕여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