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한약재의 궁합이 문제다. 곰탕에 녹각이나 인삼,대추 정도를 넣고 달이는 것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20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사람의 체질과 병증을 고려하지 않고 각종 보신용 국물에 넣어 끓여내는 것은 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보신용 국물에 자주 들어가는 약재로는 느릅나무 엄나무 헛개나무,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인삼 황기 백출 백복령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육계 감초 등이 있다. 구기자 오미자 갈근 오가피 맥문동 둥굴레 산수유 하수오 등도 단골손님이다. 느릅나무 껍질은 유피(楡皮) 또는 유백피(楡白皮),그 뿌리 껍질을 유근피(楡根皮)라 부른다.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탄닌이 풍부하고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달아서 식용으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 유피는 오줌이 잘 나가게 하며,설사나 변비에 효과가 있고,불면증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잎사귀는 나물로 먹고,열매는 장아찌로 담가 먹을 정도로 친숙해 지금도 보양식에 으레 넣어 달여 먹는다.

본초강목에서 헛개나무는 맛이 달다하여 이조수(梨棗樹) 또는 씨앗이 산호처럼 생겼다하여 목산호(木珊瑚)로 불렸다. 국내에선 그 열매인 지구자(枳 子)를 주로 약재로 사용했다. 지구자는 포도당과 사과산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달고 시면서 성질이 평이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한약 가운데 하나다. 헛개나무는 소변과 대변이 잘 나가게 해주고 숙취를 풀어주며 열이 달아오르는 증상을 없애주면서 근육과 관절의 피로를 풀어주기 때문에 과음 시 나타나는 증상을 없애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한번에 20g 정도 달여 먹으면 간이나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애주가에게 권할 만하다.

엄나무는 해동피(海桐皮)로 진정 · 소염 · 항균 · 중추신경흥분 작용이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예전부터 허리나 다리가 아플 때,이로 인해 운동기능이 떨어지거나 마비감이 올 때 사용했다. 피부의 궤양이나 염증,옴과 버짐,설사나 복통,안구충혈에도 썼다. 그러나 엄나무는 몸을 보강하는 약성이 없기 때문에 굳이 보양식에 넣을 필요가 없다.

인삼과 황기는 기운을 북돋우고,백출은 소화력을 높이고,백복령은 소변이 잘 나가게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은 혈액생산과 순환을 촉진하고,육계는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러나 이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식욕이 없고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혈압이 높고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삼가는 게 좋다.

구기자 오미자 산수유 둥글레는 몸의 원기를 보강해주는 약재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상당한 열량을 갖고 있다. 신체가 마르고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활동량이 부족하고 체지방이 많은 고지혈증 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들이 즐겨 먹으면 이로움 보다는 손해를 볼 공산이 있다.

그런데도 요리하는 사람들은 20여가지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 몸에 좋은 쪽으로만 작용할 것이라고 홍보하는데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몸이 그 많은 것을 한번에 흡수하기 어려울 뿐더러 체질과 병증에 따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의 약성을 높이려면 그 요리의 특성에 맞는 2~3가지 한약재만 넣는 게 바람직하다.


김달래 <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