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최신 프로세서인 '샌디브릿지'가 설계 오류로 리콜에 들어가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2위 PC용 프로세서 업체인 AMD의 퓨전 APU가 글로벌 PC 시장에 돌풍을 몰고올 조짐이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올 노트북PC에는 CPU와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결합한 신개념 프로세서인 '퓨전 APU'가 대거 탑재되고 있다.

이 제품은 칩 하나에 고성능 그래픽 기능과 강력한 중앙처리장치를 담아 전력 소모는 줄이면서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PC업계는 이 칩을 통해 넷북과 초슬림 노트북PC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퓨전 노트북 대거 출시

AMD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 태평양 퓨전 테크 데이'에서 퓨전 APU를 탑재한 노트북 35종을 공개했다. HP 에이서 델 소니 아수스 후지쓰 MSI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은 이달부터 퓨전 APU를 장착한 노트북을 속속 내놓는다. HP 소니 등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신제품을 발표했고,국내 PC 제조사들도 관련 제품을 곧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슬리 소번 AMD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APU를 탑재한 노트북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값이 싸면서도 강력한 그래픽 기능과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며 "노트북에 1000달러 이상을 쓸 생각이 없는 소비자들도 퓨전 APU를 탑재한 300~500달러대의 제품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넷북을 살 때 고급형 노트북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브라이언 마 IDC 아태지역 부사장은 "고화질(HD) TV와 게임 등에서 뛰어난 비디오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감안할 때 올해 PC 시장은 고성능 그래픽이 화두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에 맞춰 프로세서의 집적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도,건축 설계도 그래픽 중요

AMD는 앞으로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이 더욱 진화해 건축,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행사장에서 만난 조 매크리 AMD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건물을 지을 때 태블릿PC로 3차원(3D) 가상 설계도를 만든 뒤 태블릿을 들고 돌면 화면상의 3D 설계도가 함께 따라 돌아 입체적인 가상 구조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이 더욱 강화되면 설계 시간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윌리엄스 AMD 아태지역 부사장은 퓨전 APU는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한국은 게임을 즐기는 PC방이 많고 소비자들이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원하는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APU 탑재 노트북은 이런 요구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