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윙코치를 옆에 두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부치 하먼,행크 헤이니에 이어 지난해부터 세 번째 스윙코치 션 폴리를 영입해 스윙 교정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즈 같은 톱 선수들에게 스윙 코치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놓고 꾸준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즈가 성적을 잘 낼 때는 스윙코치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부진한 성적을 내면 스윙 코치는 바로 도마에 오르게 된다. 종종 결혼생활로 비유되기도 하는 톱선수와 스윙코치의 역학관계를 살펴본다.

◆스윙코치는 소모품?

코치들이 유명 선수들로부터 받은 돈은 많지 않다. 우즈는 옛 스승 하먼에게 1년간 5만달러를 지불했다. 닉 팔도는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에게 연 2만달러를 줬고 13년간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

대신 코치들은 유명 선수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를 낳지 못할 경우 평가는 냉혹하다. 저스틴 레너드의 코치인 랜디 스미스는 "톱 선수와의 스윙 교정은 기대치가 매우 높다. 핸디캡 15의 골퍼를 가르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유명 선수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골라 '이너 서클'을 만들고 그 안에서 긴장을 풀기 원한다. 코치도 이런 '이너 서클'의 일원일 뿐이다. 팔도는 코치와의 관계를 "결혼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시간이 흐르면 안 맞는 부분이 생겨나고 티격태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헤이니는 우즈와 1년에 110일을 함께 보내고 그 중 50일은 우즈의 집에서 잤다. 이런 생활을 6년간 유지하며 헌신해왔다. 그런데 우즈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별을 통보했을 때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헤이니는 호소했다.

◆스윙 교정엔 뚜렷한 목표 있어야

톱랭커와 코치가 만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우즈는 헤이니에게 '싱글 플레인 스윙'(백스윙과 다운스윙을 똑같이 하는 스윙)을 배웠고 하먼에게는 페이드샷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우즈의 세 번째 코치 폴리는 우즈에게 필요한 '맞춤 레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즈의 슬럼프가 단순한 스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체력적인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필 미켈슨의 코치이자 쇼트게임의 대가인 데이브 펠츠는 미켈슨이 자신에게 왔을 때 "필,도대체 나한테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미켈슨은 "메이저대회에서 매 라운드 0.25타씩을 줄이고 싶다"고 답했다. 이 같은 목표 덕분에 메이저 무관이었던 미켈슨은 펠츠를 만난 뒤 1년 만에 1타차로 마스터스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