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월 재 ·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연장안'을 앞다퉈 내놨다. 올해 말로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지속시킴으로써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표 논리에 밀려 정부도 일단 긍정검토 쪽으로 기운 상태다.

정부는 199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일몰 시한이 돌아올 때마다 연장해왔다. 올해 말 예정대로 일몰이 이뤄지게 되면 내년부터는 신용카드는 물론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의 소득공제 혜택이 사라지게 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또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논란이 있는데 직장인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한나라당이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계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과 서민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는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책위에서 결정한 사안이면 당론으로도 추진하는 것 아니겠냐"고 연장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의 일몰 연장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의장은 "현재 의원입법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 혜택 시한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대로 할지 아니면 5년가량으로 더 길게 할지 의원총회에서 논의한 뒤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국회가 열리는 대로 우선처리법안으로 신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2013년까지 2년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 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1월 25일에 발의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정책을 표방하면서 어떻게 전체의 1%도 안되는 부자들에게 2조원을 감세해주고 570만명의 봉급쟁이들에게 1조원이 훨씬 넘는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느냐"며 "신용카드 사용액의 소득공제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상반기 세금수입과 근로자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8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확정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납세자연맹 등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정부는 일몰시한 연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인한 세금 감면액은 연간 1조5000억원가량"이라며 "일시에 없앤다면 근로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거나,없애더라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신영/민지혜/서욱진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