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동결했다. 지난 1월 이례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한은이 물가압력 완화를 위해 이번에도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동결한 것이다.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성장세가 둔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정부의 물가관리 부담은 더 커졌다.

물가 지표만으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금리 인상 압력이 높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1%로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3.0?B1.0%)를 넘어섰다. 생산자물가도 2년2개월 만의 최고치인 6.2%나 올랐다. 정부가 휘발유값과 통신비 등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기업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도 그만큼 물가오름세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이 수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동결을 선택한 것은 금리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림으로써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에 타격을 주고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의 이자부담 가중,국제 원자재가격의 변동성 확대,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도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고,곳곳에서 끓어오르는 가격 상승 압력을 통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등 거시적 정책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리 동결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은이 비록 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은은 금리동결 후 국내외 경제금융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금리정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풀린 돈을 흡수하고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금리 이외의 다양한 정책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주요 제품의 관세 인하 등 물가 안정을 위해 솔선 수범할 여지는 없는지,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시장 시스템과 경쟁 체제를 손질할 분야는 없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물가 고삐를 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정부와 한은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