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여주인공 애나는 타인에게서 큰 상처를 받고 고독에 휩싸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선량한 마음을 갖고 또 다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죠.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애나처럼 힘들어도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

영화 '만추'의 개봉을 앞두고 여주인공을 맡은 탕웨이(32 · 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7년 리안 감독의 '색,계'를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색,계'에서 그는 신인답지 않게 파격적인 정사 신과 상대 배역 양조위에 밀리지 않는 당당한 연기를 선보였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여우상을 받는 등 중국을 대표할 차세대 여배우로 꼽히고 있다.

탕웨이는 '만추'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지 7년 만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3일간의 휴가를 떠나는 애나 역을 연기했다. '색,계'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두 번째 영화다.

"처음에 '만추'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심장이 뛰었어요. 내가 애나라면 이 부분은 어떻게 할까,어떤 마음으로 애나는 이런 행동을 할까 등 머릿속에서 영화의 장면을 계속 그렸죠.제가 또 다시 몰입할 수 있는 영화였어요. "

그는 배우로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이 영화의 매력으로 꼽았다. 한국 스태프 및 배우와 작업하고 미국 시애틀이라는 낯선 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끌렸다고 했다.

"감독님과 다투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짜릿했어요. 애나라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 촬영 전부터 매일 상의했죠.물론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의견을 따랐어요. 그동안 충분히 교감했기 때문에 저를 버리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죠."

상대역인 현빈과의 연기도 흥미로웠다고 한다. 처음으로 외국 배우와 연기를 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떻게 연기하는지 등 만났을 때부터 계속 관찰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어떤 틀을 잡고 나서 연기를 했는데 현빈이 캐릭터를 천천히 자연스럽게 잡아가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는 "애나와 훈이 키스하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감독님이 극의 맥을 잡고 새롭게 넣어 둘의 감정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며 "이 부분은 현빈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라며 웃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