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관리 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점차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브로커리지 영업에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쪽으로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환경 전반의 제도 법규 등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급박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유형의 고객을 겨냥한 정형화된 금융상품보다 다양한 구조를 가진 상품 라인업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투자 영역은 국내에서 글로벌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투자대상 역시 주식 채권을 넘어 사모펀드 헤지펀드 실물자산 등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진정한 의미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화된 운용체계와 서비스체계를 갖춘 것이 랩 오브 랩(Wrap of wrap)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 랩 어카운트가 갖고 있는 '하나의 계정에서 한정된 대상에 대해서만 투자한다'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랩 오브 랩은 하나의 계좌를 통해 주식 펀드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시장변화에 따라 투자대상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전략적 자산관리가 가능한 선진국형 랩어카운트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성향에 따라 고위험 상품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 등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투자자산 및 전략에 따라 분리해서 운용하고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랩 오브 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하나의 계좌를 통해 여러명의 매니저가 운용하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멀티 매니저 랩'을 지난해 11월부터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두 개 이상의 투자자문사 또는 내부 운용역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랩상품이다. 체계적인 성과 평가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해외 현지 투자회사로부터 자문을 받아 현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중국주식 자문형랩도 작년 말 선보였다. 글로벌 유명 자산운용사 아문디 에셋 매니지먼트(Amundi Asset Management)의 홍콩법인 및 NH-CA자산운용과의 제휴를 통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해외 직접투자가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고객의 자산현황과 투자목표 및 성향 등을 반영해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 펀드 채권 등 여러 자산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삼성 POP 골든랩을 선보였다. 특히 삼성 POP 골든랩 투 톱 포트폴리오 서비스는 삼성증권의 랩 가운데 우수한 성과가 예상되는 2~3개를 택해 투자하는 랩 오브 랩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 투 스타(two-star)랩'은 계약을 맺고 있는 자문사들의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우수한 운용성과가 기대되는 2~3개의 포트폴리오를 최종 선정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문사의 최근 성과 및 위험관리 지표에 대한 정량평가를 실시해 계약할 자문사를 선정한다. 연간 회전율을 12회전 이하로 제한하고 가입한 전날 종가 대비 30%이상 하락할 경우 손절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랩 오브 랩 상품이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자본시장의 발전정도를 감안할 때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보다 수십년 앞서 랩 어카운트 시대가 열린 미국의 발전단계를 한국시장이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랩 어카운트가 처음으로 도입된 미국의 경우 메릴린치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유명 금융회사에서 랩 오브 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위 5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등 상위권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미국의 랩 오브 랩 서비스는 지금 한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랩 어카운트와 비슷한 형태에서 진화됐다. 미국의 랩 어카운트는 1974년 미국 금융시장에서 뮤츄얼 펀드의 대안으로 개발된 SMA(Separately Managed Account)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랩 어카운트 시장은 이후 30여년이라는 기간을 거치며 하나의 계좌에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MDA(Multiple Discipline Account)와 하나의 계좌에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UMA(Unified Managed Account) 등의 형태로 발전했다. 한 계좌를 통해 단일한 상품에 투자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단계로 발전한 셈이다.

한국이 미국에 비해 상당히 늦게 랩 오브 랩 서비스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적응속도가 매우 빠른 한국투자자의 특성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랩 오브 랩 상품에 투자할 때 유의사항에 대해 숙지해 놓고 있을 필요가 있다.

랩 오브 랩 서비스 이용 시 확실하게 점검해야 할 사실은 본인의 성향에 맞는 운용방식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투자타이밍과 시장전망 등에 따라 주식과 현금 등 자산배분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등을 먼저 살펴본 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스타일인지,시장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스타일인지를 살펴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필요할 경우 일선 영업점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이원락 우리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센터장 60252@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