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세계적인 식량 확보 전쟁에 따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을 제한하고 오히려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투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더욱 급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곡물 가격 급등과 수출제한 등으로 세계적인 식량 대란이 발생하다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30개월 만의 최고치이며 옥수수는 1년 전에 비해 70%나 올랐고 콩도 50% 넘게 급등했다. 이에 따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가격지수(FPI)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상승,1990년 이후 가장 높은 231에 달했다. 더욱이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전체의 식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곡물가격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문제는 가격 급등으로 인해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잇따라 물량을 줄이거나 수출을 중단함으로써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점이다. 밀의 세계 3위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가뭄으로 작황이 악화되면서 수출을 금지했고, 7위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도 주요 곡물에 수출 쿼터를 도입했다. 일부 신흥국들의 곡물 사재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 등 밀 소비가 많은 아랍권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데 이어, 세계 3,4위 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마저 쌀 사재기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헤지펀드들의 투기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식량 무기화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식량자급률 26%대로 OECD 30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로서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아직 필요한 곡물의 수입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쌀 이외에 옥수수 밀 콩 등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의 경우 정부 비축물량이 전무하다는 것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식량 자급률이 100%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 시점에서는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국제 곡물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곡물유통회사 설립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종합상사 등이 나서 계약재배나 선물거래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동시에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해외농업투자 확대 등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