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계청이 여성 노인들이 가난하게 생활하는 실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400만가구를 넘어섰다. 1인 가구 중 60세 이상 비중이 46.9%에 달한다(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이들 홀로 사는 노인 과반수 이상이 할머니 1인 가구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들이 노령의 부모를 모시지 않는데다 남편을 사별한 할머니 1인 가구가 늘어난 탓이다.

고령화 시대에는 예상하지 못한 어두운 면이 많이 생긴다. 그 중에서 홀로된 여성 고령자들이 취약한 노후 준비로 빈곤에 시달리는 현상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빈곤한 노인 여성들은 집세를 내기도 버겁고 병원비가 없어 고통을 참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도 생활고와 외로움을 겪는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 가정들이 노후 준비를 할 때 남편과 부인이 같이 살아있는 기간 동안의 비용만 준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녀간의 평균수명 차이(7년)와 결혼할 때 연령 차이(3년)를 감안하면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10년 가까운 시간을 홀로 살아야 한다.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홀로 살아 남은 부인은 자신만의 외롭고 긴 여생을 시작하게 된다.

남편과 함께 했던 주위 사람들과의 교류가 급격하게 줄어 들기 때문에 외로움은 커지고 자녀들은 어머니를 부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남편을 간병하느라 얼마 남지 않은 노후자금마저 소진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 해야 하는 10년 가까운 시간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다.

남편이 남겨놓은 연금을 타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급자 중 여성 비중은 39.5%에 불과하다. 노령연금을 수령하기보다는 대부분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유족연금은 남편이 받던 국민연금을 유족인 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그 금액은 30만~40만원에 불과해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은퇴설계의 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첫째,부인이 탈 수 있는 연금과 의료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은퇴 후 생활하는 집은 부인이 홀로 되었을 때 살아가는 터전이 되므로 가능하면 남편 생존 때 처분해서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만약 자녀 교육자금을 대느라 연금을 준비할 재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남편을 피보험자로 한 종신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남편 사망 후 수령하는 종신보험금으로 부인이 혼자 사는 기간 동안의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금은 유자녀의 학자금과 결혼자금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지만 남편이 사망한 다음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역사상 한번도 구경해본 적이 없는 고령사회의 충격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배우자가 품위있게 사망하기 위한 방법을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당장 실천을 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