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환 · 금융위기를 막으려면 금융감독과 통화정책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11일 중앙대에서 열린 '2011 경제학 공동 학술대회'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감독과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발표 논문에서 "금융당국은 한국이 비(非)기축통화국인 데도 불구하고 자본수지 구성 요인에서 경제위기가 잉태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개별 금융회사의 미시건전성 감독에만 집착하는 금융감독당국은 자본수지의 기타 수지에서 예금은행의 단기외채 및 장기외채가 경제 위기의 요인이 된다는 것을 두 번(1997년 외환위기,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이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취약한 거시건전성 감독에 대해 책임을 묻고 대대적인 감독권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대외 금융거래를 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기를 막기에는 국내 금융감독만으로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외화유동성과 연관된 불안 요인을 완화하려면 글로벌 차원의 시스템 위험 관련 전담기구가 위험 측정 및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한국만 리스크 관리를 잘 한다고 해서 금융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유동성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범 한신대 교수는 이날 새로운 국제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유동성 규제 기준의 논의내용과 평가' 논문에서 바젤Ⅲ의 유동성 규제에 한국 시중은행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들이 유동성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고금리로 발행하는 등 임기응변적 관리를 해왔다"며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험 관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존 자본유출입 규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건부 금융거래세를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외국인 자금이 일정 수준 이상 순유입될 경우 사전에 정한 세율로 자동 과세하자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로 반전될 경우 거래세 부과가 자동 중단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자본유출입은 환율 변동에 매우 탄력적이어서 직접적인 물량 개입을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막대한 규모의 외환거래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