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공백기에 진흥기업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촉법이 작년 말 만료돼 워크아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기업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야의 정쟁으로 작년 말 만료된 기촉법 연장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회생 가능한 기업도 법정관리로 내몰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촉법 근거한 워크아웃은 불가능

기촉법에 따르면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하고,금융감독원은 감독원장 명의로 채권금융기관들에 기업의 채권 ·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이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채권신고액 기준으로 75%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기촉법은 작년 말 시한이 끝났다. 따라서 기촉법에 근거해 진흥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진흥기업도 과거 팬택처럼 채권기관들과 자율적으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맺어 자율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MOU를 통한 자율 워크아웃이 쉽지 않다. 채권신고액 기준 100%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흥기업은 전체 채무 중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채권금융회사 수도 60여개에 달한다. 자율 워크아웃에 들어가려면 이들 회사를 일일이 만나 설득해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한 곳이라도 회생 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기촉법 연장돼야"

금융위는 작년 10월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법 만료 시한 이전에 기촉법을 2013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제출했다. 기촉법 공백기에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회생 가능성이 있더라도 마땅한 회생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로 국회가 공전돼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 통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한나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가진 당정회의에서 기촉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도 적지 않은 기업의 워크아웃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금융권의 채무가 많은 기업이 적지 않아 회생 절차를 법적인 제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흥기업 어떻게 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흥기업의 지난해 9월 말 차입금은 총 3238억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시행사에 지급보증한 금액도 8343억원에 달한다.

현재로서는 회생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진흥기업은 2009년 매출액 6140억원에 영업손실 410억원,단기순손실 149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3분기에도 영업손실 278억원,당기순손실 559억원을 냈다.

진흥기업은 2010년 기준 시공능력 43위의 중견 건설사다. 1970년대엔 10대 건설사 중 하나였지만 1979년 석유파동 이후 사세가 기울면서 1987년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됐다. 자구 노력을 통해 1999년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고,2008년 1월 효성에 인수됐다. 효성그룹은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1400억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적자 행진이 이어지자 자금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류시훈/정재형/조성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