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은 거꾸로 움직인다. '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다시 밀렸지만 강남 부자들은 오히려 조정장을 기회로 삼아 적극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설 연휴 직후 2100선 위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증시가 위축되면서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91만5000원으로 90만원대 초반까지 밀리는 등 국내 대표주들이 대부분 '셀(sell) 코리아'의 역풍을 맞았다.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주도했고,이에 일부 개미들도 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연정 하나은행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비교적 큰 폭의 조정장이었지만 강남 부자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다고 판단하고 이런 조정에 동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조정을 좋은 주식을 싸게 구입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부자들의 역발상… "조정장은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
◆부자들은 지난주 우량주 매집



지난주 주가는 호된 조정을 받았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코스피지수가 1971.19로 마감됐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000을 밑돈 것은 작년 12월13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3535억원을 순매도하며 나흘간 순매도 금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지만,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과 연기금이 각각 2270억원과 17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강남 부자들은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매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 낙폭이 과다했다는 인식과 2000선 지지 기대가 맞물리면서 11일 오전에는 지수 하락폭이 제한적이었지만 수급 방향의 키를 쥔 외국인 매도가 늘어나면서 낙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한 주 조정장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 들어 주가가 수직 상승하면서 한 번의 조정은 필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새롬 기업은행 도곡팰리스점 PB센터 계장은 "지난 한 주 오히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인 강남 부자들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적립식 펀드는 조정장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들어가는 게 좋다"며 "부자들의 유가증권시장 블루칩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원금 보장형 상품도 인기 높아져



부자들은 조정장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자산 배분 차원에서 일부 자금은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에 묻어두기도 한다.

김일수 씨티은행 PB팀장은 "지금이 주식 대세 상승기라는데 큰 이견은 없지만 불활실성은 여전해 부자들은 원금 보장형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더 이상 추가 하락 염려가 없는 유럽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럽연합(EU)이 역내 일부 국가를 위한 구제금융 자금 마련을 위해 시도한 첫 채권 발행에서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큰 손 역할을 했다. 지난달 말 EU의 구제금융 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25일(현지시간) 최대 50억유로 모집을 목표로 실시한 첫 번째 유로안정채권 입찰에서 아시아 정부 및 아시아 중앙은행 등이 58%를 매입했다. 유로안정채권의 첫 발행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 당초 50억유로 규모로 예정된 입찰에 445억유로의 자금이 몰렸다.

유로안정채권의 인기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고 신용등급(AAA)을 부여했고,유로존 회원국들의 상환 보증 등으로 안정성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권발행금리(2.89%)를 독일 국채의 수익률인 2.327%보다 높게 잡았던 점도 투자 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일수 팀장은 "강남 부자들은 일시적인 조정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우량주 매입을 늘리는 한편 자산 포토폴리오 상 안정성 높은 채권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