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억원을 종이상자에 넣어 서울 여의도백화점의 물품보관업체에 맡긴 의뢰인은 사설복권 발행업자로 밝혀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1일 물품보관업체의 디지털 잠금장치에 저장된 의뢰인의 지문정보를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지문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돈을 맡긴 사람의 신원을 김모 씨(31)로 특정했다. 또 CCTV에 찍힌 의뢰인의 얼굴과 김씨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강◆◆'라는 가명을 사용한 김씨와 보관업체 직원이 돈 상자를 하나씩 들고 복도를 걷는 모습이 찍혔다. 김씨는 긴 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었고 짧은 머리에 모자와 안경은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직원 수 명을 고용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스포츠 복권을 발행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사설복권을 발행해 물품업체에 맡긴 10억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며"이번에 발견된 돈은 김씨가 숨겨둔 범죄 수익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돈 상자가 발견되기 이틀 전인 7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지금까지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포폰으로 확인된 김씨 휴대폰 3대의 명의자들도 조사를 마쳤다. 명의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노숙인，다른 한 명은 일용직 노동자로 밝혀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9일 오전 112 전화로 여의도백화점 10층 개인물류창고에 폭발물로 보이는 택배 상자 2개가 놓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상자에 1만원권으로 2억원，5만원권으로 8억원이 각각 채워진 것을 확인했다.

임도원/이현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