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가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결국 막을 내렸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11일 국영TV를 통한 긴급 성명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을 군에 넘겨주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이집트 현대사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가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바라크는 전날 대통령직 즉각 사퇴를 거부하며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에 정면으로 반발,전국적인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주요 도시에서 100만여명 이상이 시위를 벌이고,시위대가 대통령궁 의회 국영TV 등으로 진출하며 퇴진을 요구하자 입장을 바꿨다.

무바라크의 ‘하야’발표에 대해 시위대는 환호했다.알아라비아TV 등은 무바라크가 가족과 함께 카이로를 탈출,홍해 지역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향후 이집트 정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부는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잇따라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앞서 군부는 성명을 통해 “현재의 혼돈 상태가 종식되는 즉시 30년간 유지된 긴급조치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무바라크 정권 유지에 힘을 싣는 듯 했으나 시민들의 거센 민주화 요구를 거스르진 못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