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기상캐스터 출신 최초로 기상청장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던 조석준 청장(57)이 음주운전 뺑소니로 사망 사고를 냈던 전력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조 청장은 KBS 기상전문기자로 근무하던 1984년 서울 여의도에서 회사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행인 1명을 치어 숨지게 했다.

그는 당시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귀가했다가 사건 현장에서 자동차 검사필증을 발견한 경찰에 체포됐다.그는 피해자 가족과 보상금 500만원에 합의한 뒤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며 석 달 뒤 KBS에 사표를 냈다.그는 한국코카콜라로 직장을 옮겨 3년 간 일하다가 1987년 KBS에 기상캐스터로 복귀해 2001년까지 방송을 계속 했다.

조 청장은 “청와대가 인사검증 단계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이며 피해자 가족과 합의한 상황이 참작됐다”며 “속죄하는 자세로 그동안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제가 쌓은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봉사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네티즌과 야당은 조 청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기준으로 하면 음주 뺑소니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대 범죄”라며 “고위공직에 중대 범죄자를 임명하는 인사검증 기준으로 어떻게 공정한 사회를 만드느냐”고 비판했다.

조 청장은 지난 8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서 전직 기상캐스터이자 민간 기상업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기상청 사령탑에 기용돼 큰 화제를 모았다.이어 9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대국민 소통’을 역점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 이틀 만에 드러난 ‘음주 뺑소니’ 전력으로 사퇴 요구가 거세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기상청장 평균 임기는 2년 7개월 가량이며 최단명 기록은 10개월 정도였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