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일 두달만에 2000선을 내 준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지지선 없이 2000이 뚫린 만큼 1930~1940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 상태는 과도한 하락으로 다음주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관심을 가질 업종은 IT와 자동차, 금융, 조선, 정유 등 기존 주도주들을 꼽고 있다.

◆1900선 초반까지 조정vs다음주 반등

외국인의 이탈로 코스피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1930~1940선까지는 좀 더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쪽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반등 시점은 3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가 좋아지고 있어 이머징 시장의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코스피지수의 조정은 194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 센터장은 "선진시장이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효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면서 "연초 2차 양적완화 정책 등의 효과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 언저리에서
움직이는 점도 외국인에게 크게 매력적인 투자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3월께 도래하는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 만기일을 전후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양 센터장은 "3월께 부채 만기일이 도래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가 완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3월 선진시장의 경기 지표는 둔화된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때 일부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은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붕괴된 현재 1930선까지는 조정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며 "국제 곡물가격 급등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달 코스피지수가 1930선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 초반까지 조정을 받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3월 이후 다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 센터장은 강조했다.

반면 최근의 주가 급락은 과도한 반응이라며 반등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붕괴된 것은 언더슈팅(단기 과다 급락)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다음주에는 곧바로 2000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센터장은 "지금부터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겨나는 시점"이라며 "외국인 매도 성격 자체가 환차익과 단기수익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실현이 끝나면 중장기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에서 주시시장으로 자금이 옮겨오면서 주가 회복이 의외로 빠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선진국 증시로 자금이 회귀하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 시점에서 증시 급락에 겁을 먹고 투매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스피지수 2000선 아래에서는 추가 하락 여지가 크지 않고, 금융통화위원회 등의 불확실성 요인이 지나가 되레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릴 만 하다는 설명이다.

◆2000선 아래서 뭘 사 볼까

코스피지수의 추가조정과 반등을 두고 팽팽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리서치센터장들은 낙폭과대주와 IT, 정유, 조선 등 기존주도주와 금융업종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제시했다.

조용준 센터장은 "설 연휴 이후 1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한국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 아래로 내려갔고, 외국인 매도세가 클라이맥스를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급락한 업종의 반등 폭이 크겠지만 중장기 관점에선 자동차, 조선, 화학, 기계 등 중국 관련주의 매수를 고려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양 센터장은 현 상황에서 "선진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만큼 정보기술(IT)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대표 수출주인 자동차와 내수주인 은행업종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방어적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펀더멘털이 가장 좋은 화학이나 정유, 조선, 금융 등의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제시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망 업종으로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를 받고 있는 IT(정보기술)주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주도주인 IT주가 턴어라운드 하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며 "이미 성장성이 노출된 삼성전자보다는 새로운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는 LG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 종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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