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는 듯했던 일본과 중국 · 러시아 간 영토분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재차 강조하면서 일본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작년 9월 순시선과 고의로 충돌한 중국 어선의 선장에게 순시선 수리비 등 1430만엔(1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도서는 예로부터 중국 고유 영토로,일본 측은 충돌 사건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야 하며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센카쿠열도 영토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도 "지난해 9월 발생한 충돌 사건은 중국 영해에서 일본 순시선이 벌인 망동이기 때문에 중국 어선과 선장에 대해 일본 당국이 취한 모든 사법 조치는 인정할 수 없으며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릴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 간 갈등도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층 첨예화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은 12일 마에하라 외상과의 면담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다른 공직자들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쿠릴열도를 포함한 러시아 영토를 계속 방문할 것"이라며 "이는 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주민 생활 수준 향상,국가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일본 측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효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앞서 7일 '북방영토 반환 요구 전국대회'에 참석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해 "용인할 수 없는 폭거"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