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집트 군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집트의 민주정부 수립과 중동 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무바라크가 퇴진을 발표한 뒤 8시간이 지나서 성명을 냈다. 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특히 "민주정부로 정권 이양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된 이집트가 중동 지역과 세계를 향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일 영국 요르단 터키 정상과 가진 통화에서도 "민정 이양을 약속한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 같은 반응은 이집트에서 또 다른 군부통치가 재연돼선 안 되며,공정한 선거를 거쳐 민주정부가 출범해야 한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책임 있는 리더십"과 "국제적인 의무 준수" 표현에선 무바라크 정권이 담당해온 중동 평화의 핵심축 역할을 새 정권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정부 일각에서는 이집트 최고군사위원장인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을 반개혁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이집트 군이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은 점과 장교들 대부분이 미 국방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된 민주정부를 희망하면서도 이슬람 원리주의 색채의 무슬림형제단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집트 사태와 관련,'정보 부족'이라는 비판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