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난(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권익위는 공직비리를 뿌리뽑는 차원에서 공무원들이 승진 난을 받는 것을 엄격히 제재하겠다고 했다가 화훼 농가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고 "사실은 그게 아니다"며 해명자료를 잇따라 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에 "친구와 친지로부터는 3만원 이상의 난을 받아도 된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영란 권익위원장은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들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 이상의 화분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공무원 행동강령을 엄격히 적용해 위반할 경우 처벌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내용의 고위공직자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언론에 '공직자 승진 난(蘭)을 받으면 견책'이란 기사가 나가자 화훼농가들이 "구제역 탓에 다 죽게 된 농가들이 이젠 뭐 먹고 살라고 이런 조치를 내놨냐"며 권익위를 성토했다.

예상치 못한 '민원'에 시달린 권익위는 이튿날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로부터는 선물을 받지 못하지만,직무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3만원 이내 선물을 받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친구,친지등과는 언제든지 주고 받을 수 있다"며 보도 해명자료를 돌렸다. 권익위는 그 다음 날 화훼 관련 협회 및 단체 대표자 20여명의 항의방문을 받은 뒤 또 다시 해명자료를 냈다. 권익위는 두 번째 해명자료에서 "전체 공공기관에 안내 공문을 발송해 각급 기관의 현관에서 일률적으로 난과 화분을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행동강령의 취지와 다르니 유의해 달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