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치른 제2회 증권분석사(CIA · certified investment analyst) 시험의 수석 합격자는 고교 1학년생이었다. 서울 하나고에 다니는 신동일 군(16 · 사진)이 주인공이다.

한국증권분석사회(회장 황건호)에서 주관하는 이 시험은 국내 증권 관련 자격시험 가운데 난이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지난해 합격자가 17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 정예를 선발한다. 그런 시험에 최연소로,그것도 수석 합격의 영예를 고교생이 차지했다.

비결이 뭘까. 신군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모의투자게임을 통해 처음 주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자본을 투자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개념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

그는 모의 주식투자를 하면서 쓴맛도 많이 봤다고 했다. 주식과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해 원금도 날리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관심 분야가 늘어 채권이나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도 눈을 돌렸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08년 선물거래상담사 시험에 응시해 최연소 합격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경제와 금융 관련 서적과 온라인 강의,경제신문 기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꼼꼼히 챙겼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실무 경험을 익히고자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기업 탐방,발표자료 분석,시뮬레이션을 통한 추정치 계산,보고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애널리스트들이 실제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더라고요. "

신군은 하나금융이 서울 은평뉴타운에 설립한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에 다니고 있다. 7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경력도 한몫했다. 입학한 뒤에는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면학시간(자율학습)에는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간섭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

그는 내달 국제공인증권분석사(CIIA · certified international investment analyst) 시험에 도전한다. 영어로 응시해야 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자신 있다고 말했다.

신군의 아버지는 외국계 물류회사에,어머니는 한국은행에 각각 다니고 있다. 부모의 영향이 금융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은 항상 저한테 그런 공부보다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라며 웃었다. 어른이 돼서는 "마이크로파이낸싱(소액대출)을 하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신군의 꿈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