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기로에 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 수급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외국인이 지난주 2조267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탓에 코스피지수는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무바라크 대통령 사임으로 이집트사태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이번 조정의 핵심 원인인 이머징마켓의 긴축 리스크는 변한 것이 없다.

한국경제신문이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이윤규 사학연금관리공단 자산운용관리단장 등 마켓리더 6명에게 증시 전망을 물어본 결과,코스피지수가 1950선까지 추가로 조정을 받은 뒤 4월을 전후해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금리 인상 시 수혜를 볼 금융주와 업황 회복 기대가 높은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1950선까지 추가 조정 불가피"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외국인 매도세 지속 여부다.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 외국인의 '팔자'는 일시적 차익 실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안승원 UBS증권 주식영업총괄 전무는 "외국인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업종을 보면서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한다"며 "한국 주식이 아무리 매력적이라고 해도 코스피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익 실현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아직 외국인 장기자금의 이탈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원 · 달러 환율이 최근 5% 이상 하락하자 환차익을 노린 단기자금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1~2개월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도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추가 조정 시 하단은 대체로 1900대 중반으로 설정했다. 박 대표는 "3월 초 · 중순쯤이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고 이머징 국가의 인플레이션 역시 고점을 기록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지수가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미만인 1950선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단장은 지수가 1970선에서 바닥을 찍고,이달 중 상승 전환할 것이란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지수가 빠지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겠다는 대기투자자들이 워낙 많다"며 "사학연금도 저가 매수를 확대할 계획이고,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자금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IT · 금융주 중심으로 시장 대응"

이 같은 전망은 물론 향후 추가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증시가 현재 예상보다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잠재 리스크도 적지 않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안에 나타날 거대한 매크로 리스크는 없다"면서도 "3월에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몰려 있다는 점이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채 차환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작년 5월처럼 소버린 리스크(국가위험)가 글로벌 증시의 악재로 재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머징 국가의 긴축이 지금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돼 실물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 향후 증시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 전무는 "국내 증시 내부 요인보다는 이집트사태와 같은 외부 요인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긴 했지만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금융주와 IT주에 주목하라고 권했다. 다만 박 대표는 "당장 믿을 것은 실적밖에 없다"며 "정유 철강 등 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수 있는 업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본부장은 "특별히 좋게 보는 업종은 없다"며 "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최근 낙폭이 큰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