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도 가계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지난해 7%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금리 오름세가 지속되고 소비자물가도 상승,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신용층 가계부채 부실 우려

13일 개인신용평가 전문회사인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에 따르면 은행 카드 보험 신용협동조합 저축은행 등 전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2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말보다 46조9000억원(6.9%) 늘었다.

문제는 가계대출이 서민과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급증해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비중은 상위권인 1~3등급은 2008년 말 35.7%에서 작년 말 33.7%로 낮아진 반면 서민과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4~7등급은 같은 기간 54.6%에서 57.8%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은 작년 말 52.4%(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신용카드사의 카드론도 같은 기간 30.4% 급증했고, 캐피털사의 할부금융은 30.8%,보험사의 대출상품도 24.6% 늘었다.

KCB 관계자는 "가계부실 선행지수가 지난해 1월 저점을 찍고 오르는 추세여서 앞으로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40대 이상 순자산 감소

가계 부채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올 전망이다. 부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가계 재무상태 악화의 특징과 시사점'보고서에서 "가계부채로 40대 이상 연령의 가계와 저소득층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금융위기 이전(2006년 5월)과 이후(2010년 2월)의 가계 재무상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 가계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이 2500만원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40대 이상 가계와 달리 부동산 보유 비율이 낮은 30대 이하 가계의 순자산이 늘면서 '세대 간 자산 이동' 현상도 진행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전 · 월세 보증금이 늘어나면서 자산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