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니(대만 · 사진)는 지난해까지 신지애(23 · 미래에셋)와 일곱 번 동반 플레이를 펼쳐 모두 패했다. 그러나 이달 초 유럽여자프로투어(LET) 호주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날까지 3타차 선두였던 청야니는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을 무기로 2타를 줄여 16언더파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공동 2위(11언더파)로 출발한 '파이널 퀸' 신지애는 버디 1개,보기 3개로 2타를 잃는 바람에 9언더파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두 선수의 드라이버 샷 거리는 홀에 따라 35야드나 차이가 났다.

청야니가 새해 들어 여자골프'신(新)지존'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미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지만 그래도 신지애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주 호주여자오픈에 이어 13일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24언더파 264타)까지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신지애를 제치고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예약했다.

◆드라이버샷 270야드 웃도는 장타자

신장 170㎝인 청야니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이버샷을 멀리 보내는 '장타'다. 어릴 때부터 드라이버를 호쾌하게 치는 게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청야니는 백스윙 때 몸의 꼬임을 최대로 만들고 다운스윙 때 허리 회전도 빠르다. 임팩트 때 왼팔을 일자로 쭉 펴 스윙 아크가 크다.

그의 클럽(아담스골프 스피드라인 9.5도 드라이버 · a4 아이언)은 지난해와 똑같다. 지난해 미L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을 평균 262.3야드(10위) 날렸고 이번 대회에서는 4라운드 평균 272.5야드를 기록했다. 청야니는 유연성과 파워를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LPGA투어에서 페어웨이 안착률은 62.7%(공동 98위)로 정확성이 떨어져 플레이의 기복이 심했던 게 사실이다.

◆대담한 코스 공략에 정교함까지

청야니는 무엇보다도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펼친다. 대담하게 승부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의 샷은 남자처럼 힘이 넘치고 플레이할 때 긴장도 별로 하지 않는다.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정일미 매니저)는 "보통 여자선수들은 '지키는 골프'를 하지만 청야니는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끝까지 자신만의 플레이로 스코어를 줄이려는 자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올 들어 아이언샷의 정확성도 크게 좋아졌다. 장타자들에게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건 옛말이 된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과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이 각각 76.79%, 91.67%로 높았다.

◆더욱 강해진 정신력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승을 거두며 우승 경력을 축적한 데다 최근 신지애라는 라이벌의 벽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승수를 쌓으면서 자신감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나연 선수의 아버지 최병도씨는 "청야니가 전에는 공격 일변도여서 스스로 무너지는 일도 잦았지만 갈수록 멘탈(정신력)이 강해져 올해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두철 아담스골프 사장도 "스윙 템포에 일관성이 있고 플레이의 안정감이 좋아졌다"며 "위기의 순간에도 긴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