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지방에 '100년 만의 눈폭탄'이 떨어져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1일부터 12일 오전까지 최대 110㎝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폭설로 도시 기능이 마비돼고 영동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7번 국도가 눈에 막혀 물류가 한때 올스톱되기도 했다. 동해와 삼척에 있는 일부 시멘트 업체들은 수출물량 출하가 늦어져 큰 타격을 입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12일 이틀 동안 삼척에 110㎝의 폭설이 내렸다. 동해 100.1㎝,강릉 82㎝,울진 65.7㎝,속초 42.8㎝,대관령 56.1㎝ 등을 기록했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눈이 쏟아지면서 강릉은 11일 하루 동안 77.7㎝로 1911년 기상관측 이후 10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동해와 울진에서도 11일 하루 각각 70.2㎝,41㎝의 눈이 내려 역대 최고치였던 2005년의 기록(동해 61.8㎝,울진 39.2㎝)을 넘어섰다.

이번 폭설로 동해안 지역 647가구가 고립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다. 또 지역 농업 시설물과 주택 지붕이 무너지는 등 시설물 피해도 많았다.

13일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강릉과 동해,삼척 등 18개 마을 640여가구의 1280여명이 고립됐다. 또 비닐하우스 66동,축산시설 7동 등 75곳의 시설물이 무너졌고 어선 24척이 파손돼 많은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척시에선 남양동 아트볼링장 지붕 일부가 무너졌고 풍물시장 비 가림막이 붕괴돼 7개 점포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폭설로 물류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눈이 치워지지 않은 산간 오지나 골목길,언덕길이 있는 지역에는 배송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대형 유통매장에는 손님이 뚝 끊겼고 일부 제조업체들은 수출 물량 출하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택배업체인 현대로지엠의 박병준 과장은 "큰 길은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읍 · 면 지역은 눈이 쌓여 있어 배송차량이 아예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상청 예보대로 동해안에 추가로 눈이 오면 앞으로 배송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마트 등 동해,강릉에 있는 대형점포들은 폭설 이후 개점 휴업상태다. 고객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손님이 없어 대다수 직원들이 눈 치우기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산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동해시 북평 산업단지공단 직원들은 일요일인 이날 대부분 출근해 공단 내 주요 도로에 쌓인 눈을 치웠다. 공단 관계자는 "생산시설이 멈추거나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았지만 공장 내 간이천막 등이 무너지는 등 사고가 잇달았다"고 말했다. 동해와 삼척 등지에 밀집한 시멘트 업체들은 주요 도로가 끊기면서 수출 물량 출하에 큰 차질을 빚었다. 동해안 항구에 들어온 수산물 물류도 진출입로에 쌓인 눈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오가지 못했다.

해저케이블과 산업용 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 동해공장 직원들은 생산차질을 우려해 24시간 대기조를 꾸렸다. 전체 임직원 219명 가운데 28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산업용 특수 케이블 출하 시기가 아니어서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추가 폭설로 동해안 주요 도로가 장기간 폐쇄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강유현/임현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