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가정 내에 군용 총기류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발의안이 일요일인 1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스위스 26개 칸톤(州) 가운데 절반 이상의 칸톤에서 반대표가 우세했고, 전체 유권자 가운데 약 57%가 반대표를 던졌다.

발의안이 가결되려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의 과반 및 26개 칸톤의 과반 등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바젤과 취리히, 제네바 등 도시 지역 칸톤에서는 찬성표가 앞섰지만, 독일어권인 동부와 중부, 남부 이탈리아어권 등 농촌지역 칸톤에서 반대표가 쏟아져나왔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반전평화 단체가 주도한 발의안은 군용 총기류를 일반 가정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지정된 병영에만 보관토록 하고, 전국적인 총기 등록제를 실시하는 내용이었다.

사회민주당 등은 유럽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총기 자살률을 줄이고, 총기로 인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발의안을 제출했지만, 민간인의 무장을 통해 자주국방 태세를 유지해온 전통과 자유롭게 총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렸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스위스에서는 연간 1천300건의 자살 사건 가운데 총기를 이용한 경우가 25%에 달한다.

하지만 총기로 상대방을 살해하는 사고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지난 2009년 스위스에서 발생한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은 24건으로, 인구 10만 명 당 0.3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인구 10만 명 당 4.2명이 총기로 살해당한 것보다 훨씬 낮다.

신체 건강한 모든 남성들이 병역 의무를 지니는 스위스에서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자신이 사용하던 군용 총기를 가정에 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구 약 740만 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가정에 보관된 총기는 공식적으로 230만 정에 달하며, 미등록 총기를 합하면 400만 정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