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14일 신한금융 특별위원회 면접 과정에서 후보직을 사퇴함에 따라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이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간 3파전으로 압축됐다.

◆김병주 교수 후보 사퇴

김 교수는 이날 면접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위위원들에게) 사외이사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피력했다”고 말했다.그는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재일교포) 주주들에게도 당부의 얘기를 전했다”고 했다.지난해 9월부터 5개월여 이어진 신한 내분 사태와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실망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회사인데 그에 걸맞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앞으로는 뉴욕 상장법인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문화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여기까지가 끝이다.(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나하고 군번이 안 맞는다”며 후보에서 물러났음을 시사했다.김 교수는 올해 72세인 원로 경제학자다.지난 2005년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하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 재일교포들의 지지를 받는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과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는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간 2파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신이 선임될 가능성을 낮게 본 것도 고사의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전성빈,필립아기니에가 캐스팅보트


김 교수의 사퇴로 그를 지지해왔던 전성빈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의 표가 남은 3명 중 어느 후보에게로 갈 지가 변수가 됐다.현재 9명의 특위 위원 중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의장에게 표를 던질 경우 한 의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된다.그러나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는 한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이 최종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단일 최대 주주인 BNP파리바의 지지를 받아 면접후보군에 포함된 최 전 사장도 ‘다크호스’다.특위 위원들이 라 전 회장이나 신 전 사장의 지원을 받지 않는 중립 성향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 분석도 있어서다.과거 조흥은행과의 통합 문제로 자신을 내쳤던 라 전 회장과 최근 화해했다는 소문도 일부에서 돌고 있다.


최 전 사장은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신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직의 화합과 안정이며,‘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 환경에 대비해 시급히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면접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동우 “내부 출신이 사태 수습에 적절”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은 면접이 끝난 후 “신한 내분 사태의 수습을 위해선 내부 후보가 낫지 않겠느냐는 점을 피력했다”고 밝혔다.한 전 부회장은 재무부 국고국장 출신의 한 의장과 내부출신 대 외부출신 간 2파전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한 전 부회장은 “그룹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고 앞으로 그룹이 해야할 일을 잘 아는 것이 강점이라는 점을 진솔되게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그는 또 “신한문화가 훼손돼 28년간 신한에서 봉직한 사람이 이렇게 면접을 받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전 부회장은 ‘(한택수 의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현재 재일교포 주주들의 아버지때부터 잘 알고 지냈고 신한생명의 재일교포 주주들과도 친하다”며 “친라(親羅) 대 반라(反羅)로 나눠져 이상해진 것 같지만,잘 알고 지내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유창재/김혜정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