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중한 우리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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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마침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아이와 같이 볼 영화를 찾던 중이었는데 12세 관람가 영화라 함께 볼 수 있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에는 토요일 저녁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람객 300만명을 돌파한 영화라고 한다. 조선시대 정조대왕 때를 배경으로 해 관리들의 공납비리란 무거운 소재를 코믹하게 그려낸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다. 나는 영화 내내 오랜만에 실컷 웃었고 옆자리의 딸아이도 깔깔대며 좋아했다.
그런데 영화 내용에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미술품들이 공납비리에 연루돼 사용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아빠 직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딸아이인지라 그때부터 나는 딸아이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미술품이 이렇게 그려지며 안줏감이 돼버리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더 걱정되는 것은 대중들의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침소봉대되며 고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긍심 하나로 버텨가는 미술 관계자들에게는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장가로 추앙받는 간송 전형필은 사재를 털어 해외 반출 위기에 놓인 문화재를 가격을 따지지 않고 수집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에게 간송이 더욱 감명을 주는 것은 해방 이후에는 예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나라가 독립한 후에는 본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문화재가 조선 땅에 남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장가라면 누구든지 미술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우리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히 여겼던 간송 같은 소장가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문화재들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미술품이 아니라 주식 부동산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다행히도 한 신문기사를 보니 이르면 2012년부터 국내에서도 프랑스 퐁피두센터 같이 근대 주요 미술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근대미술관 설립과 아울러 한국 근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문화재로 대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 근대미술가들의 기준작을 지정하고 미술사적인 연구,평가와 더불어 이들 작품의 공공적 가치를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2008년 문화재청의 주도로 추진되던 근대미술품 문화재 지정이 지지부진한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미술계에 아버지,어머니와 같은 근대미술작가들이 국내에서 문화재로 대접받으며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이분들의 작품을 외국인과 함께 보며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이학준 < 서울옥션 대표 junlee@seoulauction.com >
그런데 영화 내용에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미술품들이 공납비리에 연루돼 사용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아빠 직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딸아이인지라 그때부터 나는 딸아이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이 됐다. 언제부터인가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미술품이 이렇게 그려지며 안줏감이 돼버리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더 걱정되는 것은 대중들의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침소봉대되며 고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긍심 하나로 버텨가는 미술 관계자들에게는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장가로 추앙받는 간송 전형필은 사재를 털어 해외 반출 위기에 놓인 문화재를 가격을 따지지 않고 수집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에게 간송이 더욱 감명을 주는 것은 해방 이후에는 예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나라가 독립한 후에는 본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문화재가 조선 땅에 남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장가라면 누구든지 미술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우리 문화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히 여겼던 간송 같은 소장가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문화재들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미술품이 아니라 주식 부동산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다행히도 한 신문기사를 보니 이르면 2012년부터 국내에서도 프랑스 퐁피두센터 같이 근대 주요 미술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미술관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근대미술관 설립과 아울러 한국 근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 문화재로 대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 근대미술가들의 기준작을 지정하고 미술사적인 연구,평가와 더불어 이들 작품의 공공적 가치를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2008년 문화재청의 주도로 추진되던 근대미술품 문화재 지정이 지지부진한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미술계에 아버지,어머니와 같은 근대미술작가들이 국내에서 문화재로 대접받으며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이분들의 작품을 외국인과 함께 보며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이학준 < 서울옥션 대표 junlee@seoulauctio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