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씨티, 원전 노후 코일 '10조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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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이어 CTC 설비 두번째 개발
중심축 없애 생산성 30% 높여
지멘스·도시바·ABB 등에 공급
중심축 없애 생산성 30% 높여
지멘스·도시바·ABB 등에 공급
초고압 변압기와 발전기용 동 소재를 생산하는 티씨티(회장 원광정)가 전 세계 노후 원자력 발전기의 교체 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2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력 발전기의 핵심 장치인 코일의 교체시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 사업 수주에 해외영업망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14일 말했다. 회사 측은 전 세계 가동 원전 436기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4기가 2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으로 코일 교체 시장 규모만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일본 도시바가 만든 컨소시엄에 가동 중인 10기 핵발전소 발전기 코일에 대한 전면 교체를 맡겼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기의 주된 고장 원인이 전기에너지 변환장치인 발전기 코일 내부의 노후와 손상에서 비롯된다"며 "원전은 한번 정지하면 재가동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고 손실 또한 매우 큰 만큼 코일 교체사업은 원전건설 못지않은 거대 시장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티씨티에서 생산되는 발전기용 코일은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원전 3,4호기를 비롯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아레바,독일 지멘스, 스위스 ABB 등 원자력발전 건설 및 정비 관련 다국적 기업에 널리 공급되고 있다.
티씨티가 이처럼 코일 전문 생산업체로 성장한 데는 2006년까지 수입에 의존해온 코일 핵심소재인 연속전위권선(CTC)의 생산 설비를 독일 퀸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국산화한 게 발판이 됐다. CTC는 동 소재에 절연물질을 코팅한 전선을 초고압 변압기와 모터, 발전기 등 전기가 소요되는 중전기기에 코일 형태로 연속해 감는 것으로 고도의 정밀성과 가공성을 요구하고 있다. 티씨티의 CTC 설비는 독일 설비가 10여개의 권선기를 동시에 연결하는 중간축을 설치한 것과 달리 무축 구동시스템을 구현한게 특징이다. 독일 설비는 권선기 하나만 고장나도 나머지를 전부 가동 중단해야 하는 반면, 티씨티는 필요한 권선기만 가동 중단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은 물론 생산성이 경쟁사에 비해 30% 이상 월등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35가닥의 권선을 제작하는 데 독일 설비보다 시간당 200kg 더 많은 730kg 생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광정 회장은 "2009년 독일 퀸스사 대표 부부가 CTC 설비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무축 CTC 설비를 보고 깜짝 놀라 되돌아간 적이 있다"고 전했다. 티씨티의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된 계기다. 이 덕분에 2005년 1000만달러에 머물던 수출이 2007년 3000만달러, 2009년 5000만달러, 2010년 1억달러로 급상승했다.
1989년 울산에서 종업원 16명, 연매출 2억원의 에나멜 동선 수집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연매출 3300억원(종업원 300여명)의 중견 동소재 전문제작업체로 도약했다. 이는 20여년간 끝없는 기술개발과 공격적 투자를 한 원 회장의 한우물 경영 덕분이다.
티씨티는 정밀전자기기에 사용되는 순도 99.96%의 무산소 동 생산능력이 연간 5만t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갖추고 있다. 원 회장은 "기술개발과 공격적 수주활동을 이어가 2015년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동 소재 전문업체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