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축출한 이집트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외신들은 군부의 태도와 이슬람 세력의 영향력에 따라 이란 또는 인도네시아의 선례를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미국 정부는 이집트가 1998년 수하르토 독재정권을 끝낸 인도네시아의 모델에 따라 조기에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는 실제 이집트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전문가들과 함께 이집트와 인도네시아 혁명의 유사점에 대해 토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인사는 "인도네시아는 이집트가 갈 수 있는 최고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는 30년 독재정권을 시민 봉기로 무너뜨리고 독재자가 물러나면서 군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등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정치 세력의 영향력이 미미했고 군부도 민간에 순순히 권력을 넘겼다. 미국은 이집트에는 야권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건재하고 군부도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만일 이슬람 세력이 이집트 민주혁명의 성과를 낚아챈다면 자연스럽게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란 이슬람혁명과 닮은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란과 이집트의 혁명은 발생 날짜만 같을 뿐(2월11일)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며 봉기를 주도했지만 이집트는 종교세력뿐 아니라 젊은이와 여성 근로자 등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된 '다양성의 혁명(revolution of diversity)'이었다는 것.또 이집트에는 이란의 호메이니처럼 카리스마를 가진 이슬람 지도자가 없고 무슬림형제단도 성직자가 아닌 중산층 평신도들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무바라크에 이어 권좌에서 축출될 가능성이 있는 독재자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쿠바의 카스트로 형제,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등과 함께 북한의 김정일을 꼽았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