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그룹 총수들로 구성된 전경련 회장단은 오는 24일 서울 태평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총회 전까지 신임 회장 선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정병철 상근부회장과 이승철 전무 등 전경련 지도부는 이 일정을 지키기 위해 연일 회장단과 접촉,어떤 인물을 추대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베일에 가린 차기 회장

전경련 회장단은 조석래 효성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7월 전경련 회장직을 물러날 뜻을 표명한 직후 만장일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회장단은 지난해 연말까지 이 회장의 수락을 기다렸지만 이 회장은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회장 이후에는 가시적으로 나타난 후보가 없었다. 4대그룹 총수들은 전경련을 맡을 뜻이 없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박용현 두산 회장은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내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전경련의 고민 풀릴까

전경련은 신임 회장을 뽑아야 하는 시기에 후보자가 없을 경우 연장자 우선 원칙을 적용해왔다. 손길승 전 SK 회장이 SK 사태로 물러나자 최연장자 자격으로 전경련 회장을 맡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도 연장자 원칙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전경련 회장단 중 최연장자는 1938년생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이준용 대림 회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고사한 자리를 재계 선배격인 정몽구 회장이 맡기는 껄끄러울 것"이라며 "이준용 회장도 '70대 회장 불가론'을 주장했던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원사들은 이전에 회장직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 회장단사 관계자는 "이미 고사의 뜻을 밝혔다고 해도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 추대'와 같은 형식을 빌려 명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박용현 회장,이준용 회장,현재현 회장 등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라고 귀띔했다. 그는 "회장단 외부에서 명망가를 영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가 새 전경련 회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조석래 회장 사의 표명 이후 거세진 '위상 논란'과 관련이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전경련이 야심차게 준비한 300만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가 정부와 기업의 호응 부족으로 유야무야 되고 있고,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의 이슈에서도 정부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고 있는 느낌"이라며 "전경련이 예전처럼 힘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신임 회장 선출이 전경련 분위기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기업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리더를 선출하면 전경련의 위상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