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부문에서 잘못된 투자수요 예측으로 증권사들이 잇따라 큰 폭의 손실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IB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B부문 손실 잇따라

우리투자증권은 2010회계연도 3분기(작년 10~12월)에 74억여원의 영업적자로 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대우 삼성 현대증권 등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 중 영업적자는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우리투자증권의 적자전환에 원인을 제공한 것은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중개 실패다.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10월 한국전력이 보유한 한전KPS 지분 10%의 블록딜 중개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작년 12월24일 한전의 보유 지분 4.996%(1504억원)를 인수했지만 주가가 매입가격(6만6000원대) 수준에 훨씬 못 미쳐 결국 3분기 336억원의 평가손을 봤다. 한전KPS 주가는 14일 4만5400원에 마감했다.

우리증권 관계자는 "한전KPS 주가가 회복되면 평가이익으로 돌아설 수도 있겠지만 원자력 테마 등으로 주가가 워낙 고공행진할 때 인수해 원금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고섬 IPO 실패도 변수

주요 증권사들의 4분기(올 1~3월) 실적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수익 부진과 함께 IB부문의 손실 여부가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고섬의 기업공개(IPO) 실패가 핵심변수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시킨 중국고섬은 대우증권 한화증권 IBK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 4개사가 3000만주를 총액 인수하고 일반공모에 나섰지만 경쟁률이 0.46 대 1로 저조했다.

결국 청약 미달분을 나눠 떠안은 4개 증권사는 중국고섬 주가(14일 4995원)가 공모가(7000원)를 크게 밑돌아 대규모 평가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의 중국고섬 인수 물량은 △대우증권 830만주 △한화증권 540만주 △IBK증권 101만주 △HMC증권 30만주 등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고섬이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평가손실은 모두 4분기 실적에 잡히게 된다"며 "주가가 워낙 부진해 공모가 위로 올라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B역량 강화 위축돼선 안돼"

IB부문이 아직 부침이 심하지만 증권사들의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선 IB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증권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속도를 IB부문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두 부문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일시적인 IB부문 손실로 인해 각 증권사들이 IB를 본격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도 작년 말 주관한 OCI의 블록딜에서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두 번 실패했다고 IB부문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위축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