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정] 이팔성 회장 연임 확정…민영화가 최대 과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것은 민영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민영화의 물꼬를 튼 이 회장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경영의 연속성을 꾀하면서도 우리금융의 숙원인 민영화를 이루기 위해선 이 회장만한 적임자가 없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겐 민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보인다. 일부에서 이 회장의 다음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회장의 임무가 민영화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추천위,면접 후 이 회장 단수추천

우리금융 회장추천위는 14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과 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대상으로 각각 1시간씩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김은상 삼정KPMG 부회장은 전날 회장직 도전 의사를 철회해 면접 대상에서 빠졌다.

이 회장과 김 전 사장은 7명의 추천위원들을 대상으로 우리금융 경영계획과 비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10분간 진행한 뒤 질의 응답에 임했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을 '세계 50위, 아시아 10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추천위는 면접 후 이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정부에 단수 추천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회장 후보를 단수로 추천했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4시쯤 우리금융에 "15일 추천위를 열어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를 발표하라"고 알려왔다. 정부와 우리금융은 당초 검증기간을 거쳐 18일 회장 내정자를 공식 발표하려 했으나 이 회장이 단수후보로 추천됨에 따라 검증기간이 필요없다고 보고 15일 발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추천위는 15일 오전 회의를 열어 이 회장을 단독 후보로 확정한 뒤 10시30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5층에서 이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오종남 추천위원장(전 통계청장)이 맡는다.

◆창립 후 첫 연임 회장

이 회장은 2001년 우리금융이 설립된 이 후 처음으로 연임하는 회장이 되게 됐다. 이 회장은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임이 불투명했다. 이 회장이 "계급에서는 (강 위원장에게) 내가 밀린다"고 말했듯이 강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지원할 경우 강 위원장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지난 9일 회장 접수 공모 마감일까지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김우석 전 사장이 지원서를 내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나 민영화 물꼬를 튼 공로를 가진 이 회장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강 위원장이 막판까지 회장 지원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것도 이 회장에게는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유력 후보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강 위원장 변수 때문에 아무도 지원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 성공 분위기 마련

이 회장에게 주어진 우선적인 과제는 민영화 성사를 위한 환경 조성이다. 이 회장은 작년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민영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민영화를 이뤄야만 우리금융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소신이다. 정부와 추천위도 이 회장의 이런 소신을 높게 평가한 만큼 이 회장은 정부와 호흡을 맞춰 민영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다급한 과제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정부가 이 회장의 연임 임기를 1년으로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자회사인 우리은행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다른 은행지주회사와 달리 회장과 행장이 의견충돌을 빚곤 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지주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은행 등 자회사 전체를 총괄했지만 우리금융은 '회장 따로,행장 따로'인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 행장 선임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이다 보니 은행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금융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 통솔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은행 정관을 바꿔 행추위 구성권한을 은행에서 지주회사로 이관했다. 그런 만큼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 이 회장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될 전망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