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Times의 확대경] 엠블럼은 '자동차 신분증'…안전위해 점점 작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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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로고나 엠블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만들었고,어떤 이름을 가진 차인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엠블럼은 일종의 신분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초창기 신분증은 예술성보다 제조사의 자동차 개발 방향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엠블럼에 예술성이 가미된 시기는 1960년대부터다.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경쟁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이미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브랜드'에 대한 각별한 기억이 자동차 구매에 영향을 미치면서 엠블럼과 로고 등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자동차 엠블럼을 보면 유독 동물을 형상화 한 게 많다. 특히 말(馬)은 페라리와 포르쉐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동물이다.
페라리 엘블럼은 1차 대전 이탈리아 최고 파일럿이었던 '프란체스카 바라카'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 원조다. 그의 아버지인 '엔리코 바라카'가 페라리 자동차 경주를 관람하던 중 감명을 받아 말 그림을 쓰도록 허락하면서 페라리의 상징으로 대두됐다.
이와 달리 포르쉐는 말 사육으로 유명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의 문장에서 가져왔다. 이른바 슈투트가르트를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이미지를 형상화한 셈이다. 또 람보르기니는 황소를 사용하고,애스톤마틴은 풍뎅이의 한 종류인 스카라베라의 날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스카라베라는 태양신의 상징이다. 재규어는 말 그대로 재규어를 문양으로 삼고,사브는 스웨덴 남쪽 지방을 대표하는 전설의 동물 그리핀을 사용하되 사브와 스카니아를 원형으로 나타냈다.
유럽 제조사들이 동물을 문양으로 주로 삼은 데 반해 일본과 한국 등은 글자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 주력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도요타(TOYOTA)의 앞 글자 'T'를 이미지화한 것이고,혼다(HONDA)와 현대(HYUNDAI)도 'H'를 기본 이미지로 삼았다.
사람의 이름에서 문양을 차용한 경우도 있다. GM 산하의 캐딜락은 1701년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모스 캐딜락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현재의 엠블럼은 유명한 예술가였던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각형을 엠블럼으로 사용하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임러의 삼각형과 벤츠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삼각형 엠블럼은 고틀리프 다임러가 아내에게 엽서를 보내면서 별을 그려 넣었던 데서 유래했다.
엠블럼에선 롤스로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1906년 회사를 창업한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의 앞 글자 'R'을 겹쳐 로고를 만들었다. 차 앞에 부착돼 있는 '날개 달린 여인'은 영국의 유명한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가 디자인해 1911년 처음 선을 보였다. 이후 1930년 롤스로이스가 무릎 꿇은 여인상을 등장시켰는데,당시 로고를 가지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다는 얘기가 돌면서 엠블럼을 떼 가는 사람이 많았다. 마치 국내에서 대학 입시 때 명문대 입성을 위해 로고 글자를 떼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롤스로이스는 억지로 엠블렘을 뜯어내려 하면 자동으로 보닛 안에 들어가도록 설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 첨탑처럼 우뚝 솟았던 엠블럼은 1990년 이후 작아지다 지금은 보닛 위에 평면으로 부착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행자가 차와 부딪쳤을 때 뾰족한 엠블럼이 머리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어서다. 멋도 좋지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이른바 고급차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보닛 위의 엠블럼은 홀로그램 영상으로 늘 자동차에 따라다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