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란과 평화·안정적 관계 유지할 것"…터키 외무 "이란과 이집트는 다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양국이 힘을 합쳐 아랍권에서 주도권을 잡자며 터키에 호소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이란이 힘을 얻는 중동에서 터키가 양측 간 균형을 창출하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에 비춰보면 터키에 협력을 제안하는 이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눈길을 끈다.

15일 터키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을 공식 방문 중인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과 전날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터키는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보, 발전 등에 대해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 간 협력은 중동 지역을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열강으로 바꿀 것이라며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란과 터키의 관계는 오래되고, 영원하며, 형제애에 해당한다"면서 "양국 관계는 지난 수년 동안 많은 분야에 걸쳐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터키 대통령으로서는 9년 만에 이란을 처음 공식 방문한 귤 대통령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과거 400년 동안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이런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귤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 협력을 방해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도록 실무진에게 지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현재 100억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 규모를 5년 내 세배로 늘리기를 바란다는 목표를 다시 천명했다.

아울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터키의 입장을 높이 평가했다.

하메네이는 "터키 정치 위상의 변화, 특히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변화는 터키를 이슬람 세계에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슬람 세계는 거대한 잠재력을 깨닫고, 이 잠재력을 국제사회 새로운 열강이 되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지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터키가 서방보다는 이슬람권에 다가서고 있다는 서방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터키가 이란과의 정치적, 경제적 협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데다 지난해 7월 유엔의 대(對) 이란 4차 제재안 표결에서 미국 등 서방의 만류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게 이런 우려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이에 대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전날 같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권리에 관한 터키 정부의 입장과 최근 이스탄불에서 열린 핵 협상 중재에 대해 각별한 감사를 표한다"며 사례했다.

터키가 이란과 협력 행보에 속도를 내는 반면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하게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과는 지난해 5월 터키인 9명이 사망한 국제구호선단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언급하며 `심각한 위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전날 테헤란에서 기자들에게 이집트 민주화 등 최근 중동 지역의 변화와 관련 "이스라엘은 자신을 비판해야 할 국가 중 하나"라며 "이스라엘은 지역 내 고립을 향해 걸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는 이란을 이집트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한 뒤 "이란은 야권 그룹과의 경쟁 체계를 지닌, 보다 역동적인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

무바라크가 집권한 30년 동안 이란에서는 대통령이 다섯번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