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에 청약하려는 사람들은 분양물량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시장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서울서 주택공급이 가능한 곳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공공관리자제 시행 이후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거의 올스톱되고 있다. 공공관리자제 하에선 시공사 선정을 조합설립 이후에 해야 해 조합설립 때까지 사업을 진척시킬 '자금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이에 대응해 재생사업 수주를 서울이 아닌 경기권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도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예전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지 않을 전망이다. 소득 · 자산기준 확대로 보금자리 청약기회도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분양 수요자들이 올봄 분양물량에 최대한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뉴타운 · 재개발 분양 주도

올봄 서울지역에선 3월 3568채,4월 1163채,5월 1446채의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눈에 띄는 단지는 역시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이다. '뉴타운 빅3'로 꼽히는 왕십리뉴타운과 아현뉴타운 인근 재개발 구역이 봄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각각 500채 안팎으로 일반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왕십리뉴타운은 길음,은평 등과 같은 시범뉴타운으로 청계천을 끼고 있는 역세권이어서 최대 관심처다. 재건축은 역삼동 개나리5차,서초동 삼익2차 등으로 강남에 집중돼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각각 46채,25채로 아주 적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첫 민간 아파트 분양도 오는 4월 예정돼 있다. 서초 우면지구에서 총 550채,101~165㎡ 규모로 나온다. 보금자리지구여서 분양가가 다른 민간아파트보다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택규모가 큰 편이어서 수요자들이 얼마나 몰릴지 주목된다.


◆분양가 다소 비쌀 듯

올봄 분양물량은 중견건설업체보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업체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재개발 재건축 시공사로 대형 건설사들이 많이 선정된 때문이다. 브랜드파워 소비자선호도 등이 높은 것은 장점이지만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왕십리나 아현뉴타운 정도 되면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들 뉴타운 · 재개발 사업은 2007년 하반기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앞당겨 받아 분양가가 다른 물량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분양시기도 많이 지연돼 조합의 비용부담이 적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정부도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까지 민간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민간에선 올해 상한제 규제가 없어진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 · 월세 가격도 비수기 구분 없이 오르고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좋은 말로 '현실화'하고 있다. 분양가 강세가 불가피해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서울지역 평균 분양가가 30평형대 이상은 3.3㎡당 1500만원,대기수요가 많거나 선호도가 높은 곳은 2000만원에 근접하게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관심 단지는 어디?

왕십리뉴타운은 내달 2구역(상왕십리동 12의 37)에서 나온다. 대림산업 GS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이 '텐즈힐'이란 이름으로 함께 짓는다. 공급면적 79~191㎡,총 1148채 중 510채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과 신당역이 인접해 있다.

아현동 380의 아현4구역 분양물량은 '공덕자이' 브랜드로 오는 4월 선보일 예정이다. 공급면적 85~152㎡ 총 1150채 가운데 일반분양분은 124채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과 2호선 아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역삼동 개나리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역삼 SK뷰'는 오는 5월 공급된다. 총 240채 중 46채가 일반분양으로 나온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아파트다. 공급면적은 112 · 159㎡.2호선 · 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이 걸어서 5분이면 닿을 수 있다.

9호선 개통으로 교통환경이 급격히 좋아진 강서구 분양물량도 있다. GS건설은 가양동에서 '한강자이'를 내달중 분양할 계획이다. 총 780채 중 일반분양은 699채 규모다. 공급면적은 미정이다. 동북 쪽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고 9호선 양천향교역과 가양역 중간지점이어서 두 역 모두 도보로 7~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같은 달 천호동에선 삼성물산이 주상복합 904채를 분양한다.

전문가들은 "봄철 서울지역 분양물량은 입주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은 반면 분양가 수준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입지 장점이나 융자 혜택,옵션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