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증권가에선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꺾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작년 12월 4.6%보다 높지만 11월의 5.1%보다는 낮은 수치다. 전월 대비 기준 상승률은 1.0%로 작년 12월의 0.5%보다 높고, 11월 1.1%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상치를 밑돈 CPI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구성 비중 가운데 식료품 비중이 하향 조정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수치의 연속성이 일부 훼손됐고, 중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뚜렷하게 약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중국 CPI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 5.4%를 밑돌면서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면서도 "올해 1월부터 소비자물가 구성항목 중 식료품 구성비중을 종전 33%에서 2.21%포인트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CPI 상승률을 0.2∼0.3%포인트 둔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소비자물가 가중치로 계산할 경우 1월 소비자물가는 5%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장도 "일종의 '착시현상'을 인플레이션 완화로 확대해석하기 어렵다"며 "증시에서 긴축정책 마무리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변경된 물가산정 방식이 적용되면서 수치상 이전보다 음식료 가격불안의 영향이 줄겠지만, 기본적인 물가상승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기상악화와 농산물 작황 부진, 최저임금 등 생산비용 상승, 서비스 부문으로의 물가상승압력 확산 등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춘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가격 안정조치도 CPI 상승률 상승폭 제한에 일조했다. 윤 팀장은 "채소류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 중순까지 한 달 이상 상승했는데 춘절 연휴 직전인 1월 마지막 주에 정부가 비축물량 공급확대, 가격통제 및 행정조치를 강하게 실시,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다는 소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내 물가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증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감되기까지는 보다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한 중국정부의 정책금리 추가 상승 등 긴축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 상승과 관련해 임금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3월 중국 최저임금 인상이 실시될 예정이며 이 전까지는 증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걷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박 팀장은 "실질금리 보전 차원에서 올해 상반기 최소 2차례 정도 정책금리가 추가 인상될 전망"이라며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도 올해 중 추가 금리인상과 더불어 지급준비율이 현행 19.5%에서 23%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는 등 '차이나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물가에도 당분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