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中古) 동파이프 및 구리선 등을 일컫는 동스크랩 유통 가격이 초강세다. 국제 전기동 가격 상승과 함께 올 들어 t당 90만원가량 뛰면서 'T버치' 등 범용 스크랩도 t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15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JS전선 청우테크 등 구리선 및 동파이프 업체들이 제품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중고 비철금속 유통상들로부터 사들이는 국내 동스크랩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4~5% 올랐다.

전력선 교체 등으로 발생하는 상급 동스크랩인 '밀베리' 제품은 지난달 말 t당 1040만원에서 이날 1090만원으로 올랐다. 작년 말(1000만원 선)과 비교하면 9% 뛰었다.

아파트 등의 철거 과정에서 주로 수거되는 중급 제품인 T버치는 지난달 말 t당 980만원에서 1030만원으로 5.1% 상승했다. 지난해 말 거래가격(940만원)에 비해서는 9.6% 올랐다. 전기동과 아연을 6 대 4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 황동 스크랩도 작년 말 t당 700만원 선에서 최근 770만원대로 상승했다.

전선 등의 원재료인 동스크랩 가격이 뛰고 있는 것은 전기동 국제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 1차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동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1만124달러(3개월물)에 장을 마감,5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한 달 사이에 5.8% 올랐으며,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49.4%에 이른다.

지난해 건설경기 위축과 함께 재개발 · 재건축 등의 사업이 지연되면서 동스크랩 공급 물량도 넉넉하지 못하다고 비철스크랩 유통업체들은 전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비철스크랩 업체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동 및 황동 스크랩은 풍부한 편이었지만 지난해 재건축 사업을 통해 나오는 중급 이하의 스크랩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급이 빠듯해졌다"고 전했다. JS전선 관계자는 "T버치 제품을 구하기 위해 최근 하루 동안 4개 업체나 방문했으나 충분한 물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동 국제 가격이 크게 조정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동스크랩 가격은 당분간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지난달 중국의 전기동 수입 물량이 증가한 데다 중국이 추가로 전기동 비축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기동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도 달러 공급을 꾸준히 늘릴 방침이어서 단시일 내 비철금속 가격이 크게 조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팀장은 그러나 "재고량은 많아 전기동 현물을 구매하기는 쉬운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