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 트로이목마가 아니다. "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강변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윈도폰 사용자의 93%가 만족한다"는 말로 엘롭을 거드는 한편 "올해는 윈도폰에 트위터가 통합된다"고 밝혔다. 딕 코스틸로 트위터 CEO는 "트위터는 물 같아야 한다" "모든 플랫폼에서 끊김없이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CEO들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의미가 담겨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4일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은 이들이 한 말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행사는 콘퍼런스와 전시회를 결합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로 GSM협회 주최로 17일까지 열린다.

엘롭은 마이크로소프트 간부 출신으로 최근 노키아를 "불타는 플랫폼"에 비유해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그가 내놓은 대안은 노키아 자체 모바일 플랫폼 '심비안'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을 주력 플랫폼으로 채택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이 알려지자 노키아 주가는 곤두박질했고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77억달러나 감소했다.

14일(현지시간) 노키아 개발자 세션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 "당신 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보낸 트로이목마 아니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노키아로 온 지 반년도 안 돼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을 채택했으니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엘롭은 "확실하게 말하겠는데,아니다. 경영진 모두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은 이사회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엘롭의 처지를 발머가 모를 리 없다. 발머는 이날 오후 기조연설에서 윈도폰을 띄우려고 애를 썼다. 연설 초반에 "윈도폰 사용자의 93%가 만족한다" "3월 초 윈도폰7을 업데이트한다"고 밝혔고,말미에는 "우리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윈도폰7은 이동통신사에 가장 친화적인 플랫폼이다. 윈도폰7 에코시스템에 참여하면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발머는 연설 도중 엘롭을 무대로 불러냈다. 엘롭은 "노키아는 아이콘 같은 하드웨어와 믿기지 않을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해 제3의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엘롭 바로 직전에는 윈도폰 사업부 책임자인 조 벨피오레가 무대에 올라 "올해는 윈도폰에 트위터가 통합된다"고 설명했고 발머는 연설을 끝내면서 이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벨피오레나 발머의 말을 들으면 윈도폰에만 트위터가 통합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발머에 이어 기조연설을 한 코스틸로 CEO 역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스틸로는 "(트위터가) 플랫폼에 깊숙이 통합되길 바란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서 앱(응용 프로그램)을 작동하지 않고도 바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틸로는 '트위터폰'을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노!"라고 답변했다. 또 "트위터는 물 같아야 한다" "트위터는 모든 플랫폼에서 끊김없이 흘러야 한다" "트위터 사용자의 50%가 복수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코스틸로의 말을 종합해 보면 윈도폰뿐 아니라 모든 플랫폼에 트위터가 깊숙이 통합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코스틸로는 트위터가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며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지원하기도 전에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트위터를 "마이크로블로깅"이라고 말하는 건 트위터의 영향을 간과한 표현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즉시 연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글이 트위터를 100억달러에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으나 페이스북 인수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