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경력이 40년에 가까운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73 · 사진)이 전국의 명산 1000개를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산악도감 전집 《유정열의 1000명산 견문록》(전5권)을 관동산악연구회에서 펴냈다. 이 전집에는 등산로가 표시된 지도와 사진 등 최신 정보는 물론 산에 얽힌 유래와 역사 · 전설,관련 문학과 인물 이야기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산악도감 전집 출간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산림청이나 국토지리정보원이 파악한 전국의 산은 4440개가량인데 이 중에는 해발 100~150m의 작은 언덕이나 봉우리도 포함돼 있어요. 이를 제외한 3000여개의 산은 빠짐없이 다 올랐어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은 100번도 더 올랐고,작은 산들도 몇 번씩은 올랐죠.해발 300m 이상의 웬만한 산은 이 전집에 다 들어 있습니다. "

책에 따르면 양평 갈기산(葛基山)은 칡이 많이 나는 곳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파주 고령산은 조선 숙종의 후궁이던 숙빈 최씨가 잠든 곳이며,가평 곡달산에는 중종 반정 후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훈구파를 경계하기 위해 등용된 조광조를 모시는 제단이 있다. 이처럼 책 전반에 걸쳐 산 이름의 유래와 역사,전설과 신화,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유 회장이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때는 1970년대 중반.서울시 교육청(옛 교육위원회) 공무원 시절 양평 천마산에서 열린 등반대회에 나갔다가 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국내는 물론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남미 안데스의 아콩카과봉 등 해외 50여개국의 300여개 산도 찾아다녔다. 지금도 주말이면 회원들과 함께 전국의 명산을 순례한다. 얼굴에 굵은 주름 하나 없이 50대처럼 젊어보이는 것도 산 덕분이라고 한다.

"집안이나 회사,동창 등의 길흉사도 빠져가며 산에 다니느라 욕도 많이 먹었죠.직장에선 '공무원은 부업이고 산이 직장인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었고요. 그래도 산이 너무 좋았어요. 나중엔 이 좋은 산을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깝다 싶어 10여년 동안 각종 매체에 명산 관련 글을 기고했지요. "

산악도감을 지속적으로 내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1995년 국내 명산 180곳을 소개한 첫 책 《우리 산 길잡이》가 20만부 이상 팔리며 기대 이상의 히트를 친 데 힘입어 그는 《한국 350명산 탐방기》 《한국의 산 여행》 《한국 600명산 탐방기》 《한국 800명산 탐방기》를 잇달아 펴냈다. 이들 책은 총 100만부 이상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낸 전집은 지난해 출간한 단행본 《한국 1000명산 견문록》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유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스마트폰에도 1000명산의 정보를 유료 앱으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산림청이 무료로 제공하는 '100명산' 앱보다 이용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내 출간을 목표로 '세계 명산 견문록'(가제)을 집필 중인 그는 "유명하다는 외국의 산들을 오를수록 우리 산이 지닌 가치와 매력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