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기존 중국 공장에 이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전역에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올 상반기 안에 인도에 대규모 중전기기 공장을,브라질엔 건설장비 공장을 짓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도 연내 중전기기 공장을 건설하고,중국에선 현지 중전기기 업체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동시 다발적인 해외 투자로 비조선 사업을 대폭 확대,글로벌 종합중공업 회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브릭스 전역에 동시다발 투자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중 인도 뭄바이 인근에 변압기 송 · 배전기 등을 생산하는 중전기기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인도 공장은 500㎸급 중대형 변압기를 연간 200여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미국 앨라배마주에 짓고 있는 공장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생산기지 건설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도 연내 인도와 비슷한 규모의 중전기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작년 말 러시아 송전공사(FGC) 관계자들과 만나 현지 전력망 현대화 사업을 벌이기로 이미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선 현지 중전기기 기업에 대한 인수 · 합병(M&A)을 검토 중이다. 1,2개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선 올 상반기 내에 연간 3000~4000대의 굴삭기와 휠로더를 생산할 수 있는 건설장비 공장을 착공할 방침이다. 중국 인도에 이은 세 번째 해외 건설장비 공장이다. 이 회사 경영진은 최근 브라질 현지를 방문해 부지를 확정하고 투자계획을 조율 중이다. 공장 위치는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이 들어설 상파울루 북서쪽 인근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에 이어 러시아에도 굴삭기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민 회장은 "중국에 이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브라질 러시아 지역을 새로운 글로벌 투자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해외 투자와 함께 기존 글로벌 생산기지의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앨라배마주 중전기기 공장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중국과 인도의 건설장비공장도 증설하기로 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해외 투자가 마무리되면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으로 이어지는 '브릭스 생산벨트'를 구축하게 된다"며 "2015년 이후엔 세계 중전기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독일 지멘스,스위스 ABB 등과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조선 사업 대폭 확대

현대중공업 앞엔 늘 '세계 1위 조선사'라는 수식어가 따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조선사업은 현대중공업의 7개 사업본부 가운데 하나가 됐다. 조선사가 아닌 종합중공업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 22조4000억원 가운데 비조선부문은 64.7%를 차지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플랜트 엔진 · 기계 전자전기시스템 건설장비 등 비조선부문의 매출 비중은 30~40%에 불과했다.

중전기기와 건설장비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브릭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전기기와 건설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변압기 등 중전기기 분야에서만 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간 30% 이상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2015년엔 중전기기 사업으로만 13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건설장비 분야도 수출과 중국 현지 물량을 합쳐 작년에 30억달러가량의 매출을 일궈냈다.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현대중공업이 브릭스 전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중전기기 및 건설장비 투자에 나선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정체기에 접어든 조선산업과 달리,브릭스 지역의 수요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전기기와 건설장비 등 비조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