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의 대량 매몰에 따른 2차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민 · 관합동조사단이 3월 말까지 전국 매몰지 4632곳을 전수 조사해 하천과 가깝고 경사지 등에 위치한 곳은 복토,비닐덮개 보완 등은 물론이고 옹벽 · 차수벽 · 배수로를 설치해 침출수 누출을 막고 악취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첨단 센서나 경보기를 활용한 하루 24시간 감시 · 경보체제도 도입,3년간 운영키로 했다. 무엇보다 우려가 큰 식수의 안전성을 위해 매몰지 인근 지하수와 식수원에 대한 수질조사를 실시하고 주변 마을엔 상수도를 확충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가 유관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사후대책을 제시한 것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이제까지 329만마리나 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 · 매몰했지만 그 파장에 대해선 대비가 소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당장 정부가 낙동강 상류인 경북지역의 매몰지를 1차 표본조사한 결과만 봐도 상수원 오염 우려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89곳 가운데 옹벽 등의 침출수 차단시설과 경사면 보호시설이 필요한 곳이 68%에 해당하는 61곳이나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식수원 인근인데도 가축을 허술하게 묻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경북지역의 매몰지가 총 1034곳에 이르고 보면 문제가 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더욱이 한강 상류 주변에는 전체의 65%를 넘는 3046곳의 매몰지가 집중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식수원도 안전을 장담할 게 못된다. 이번 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제역 감염 가축에 대한 처리방식을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행 살처분 · 매몰 방식은 지금처럼 구제역이 전국으로 크게 확산될 때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확인됐다. 그런 점에서 영국처럼 소각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 1997년 우리와 같은 방식을 택했던 대만이 구제역으로 385만마리를 매몰했지만 2차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5년간 40조원이 넘는 피해를 보고 끝내 축산업 기반을 잃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아울러 예방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