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 확정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우리은행장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시대에 맞는 혁신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꼽았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리금융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세계 50위권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영화를 꼭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우리은행장으로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날 이 회장을 차기 회장후보로 확정했다. 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이 회장이 탁월한 경영 역량을 갖춘 데다 민영화 추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해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다음 달 4일 열리는 이사회를 거쳐 같은 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임기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 회장의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관심은 누가 우리은행장이 될지에 쏠리고 있다. 오 위원장은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의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번 주 내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행추위 위원장도 오 위원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행추위 구성원은 회장 또는 회장 추천자 1명,지주 사외이사 2명,외부 전문가 2명,주주대표 1명,은행 사외이사 1명 등 7명이다.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이 회장이 우리은행에 친정체제를 구축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한다면 우리은행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차기 행장이 회장과 일체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 회장은 차기 우리은행장에게 필요한 덕목을 묻는 질문에 "해외 진출이 현안인 만큼 글로벌 감각이 필수적"이라며 "혁신 능력을 갖춰야 하고 지금 시대에 맞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공석인 부회장 자리를 채울 구상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우리은행장 놓고 경쟁 치열

이 회장이 차기 행장의 요건으로 혁신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제시함에 따라 차기 행장은 세대교체에 적합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우리금융 윤상구 · 김정한 전무,김희태 우리은행 중국법인장,김경동 전 우리금융 수석 전무,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이 거론돼 왔다.

지금까지는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관측이 많다. 부행장으로 오래 재직해 은행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는 데다 조직을 이끄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이로만 보면 56세인 윤상구 전무와 55세인 김정한 전무가 혁신 이미지에 어울린다는 관측도 있다. 윤 전무는 이 회장이 우리은행에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려 할 경우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이 그를 우리금융 전무로 발탁한 데다 우리금융 혁신과 민영화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현재 리스크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직전 업무도 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이었다는 점에서 부실채권 축소와 관리가 목표인 현 시점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전무는 2003~2007년 뉴욕 지점장을 역임했다. 김희태 법인장은 나이가 이순우 수석 부행장과 61세로 동갑이지만 중국법인의 실적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글로벌 감각에서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편 광주은행장은 이 회장의 연임으로 송기진 현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영빈 경남은행장 직무대행은 이 회장이 발탁했고 직무대행을 맡은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행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금융은 3개 은행 행추위를 구성해 3월 초까지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끝내고 늦어도 3월 중순까지 행장 후보들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