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우월 집중 선전…사상 무장 부쩍 강조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를 끝장낸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에 침묵하는 북한 매체들이 최근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비난하며 주민들에게 사상무장을 부쩍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초부터 연이어 촉발된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에 16일 현재까지 침묵하고 있지만, 대주민 선전용 글의 행간을 읽어보면 이들 사태의 여파 확산을 우려하는 속내가 읽힌다.

평양방송은 지난 14일 '명언해설' 시간에 "새세대들의 정신도덕적 풍모를 보면 그 나라, 그 민족의 전도를 알 수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소개하면서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던 동유럽 청년들은 자본주의의 썩고 병든 문화에 젖어 이전 세대들이 이룩한 혁명의 전취물을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빚어냈다"며 청년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동유럽 청년들이 사회주의체제 전복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자본주의의 속물로 변하면서 나라를 망쳤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북한식 체제 고수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방송은 11일 "서방식 민주주의와 다당제를 받아들인 나라들에서 최근 정치적 혼란과 폭력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노동당 일당 독재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9일 '침략과 지배를 노린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이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글에서 "일부 나라들에서 '색깔혁명'(민주화혁명)이 일어난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고 제국주의자들이 불어대는 기만적인 '자유' '민주주의' 나팔에 춤을 춘 것과 관련된다"며 "사상 교양사업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변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민주화 혁명을 이룬 이집트사태 등을 의식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의 폐해를 강조하는 사례들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민심을 노린 허위선전에 대한 경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인민일보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인터넷을 통한 허위선전을 '악의의 비루스(바이러스)'라고 경계했다"며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민심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불안정을 조장하는 행위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인민의 이익과 사회의 안정,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옳은 조치"라고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을 옹호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미국의 골칫거리 스마트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수감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마약과 무기를 감옥에 밀반입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폐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은 나름대로 주민들의 폭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대북매체들은 전한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5일 "평양 시내 한복판에 김정일 위원장의 경호부대인 호위사령부 소속 탱크부대가 있다"며 폭동 등 반체제 사태에 대비해 수도 외곽이 아닌 중심 구역에 탱크를 배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대북 단파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은 작년 12월 "민간무력이 방위해 온 북한 량강도 지역에 인민군 탱크 부대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며 "이들 탱크부대는 폭동 발발시 인민보안서(경찰) 타격대와 함께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배치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북 인권단체인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는 한국 대북 관련기관의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2009년 말 화폐개혁 이후 8개월간 시위 참가자를 비롯해 최소 52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밝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공포정치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