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하얗게 수술해줘"…대한민국 다문화가정의 슬픈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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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다문화 가정 청소년은 3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단일민족의 자부심에 사로잡혀있는 대한민국.
편견과 차별 속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는 것일까. 그중에는 겉모습만으로 한국인의 범주 안에 들어오는 것 조차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얼굴 생김이 다르다고 독도노래를 못 부르게 했어요"
제작진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17살의 다니엘 파나마료브는 이국적이면서도 반듯한 외모를 한 매력적인 소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니엘은 단 한번도 자신이 한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그에게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다니엘은 "'넌 우리나라 사람 아니잖아'라는 한마디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철없는 아이들이 생각 없이 뱉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방송은 지적한다.
2050년이면 다문화가정 자녀는 100만 명
제작진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급감의 위기 속에서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농어촌 지역에는 한 교실에 한 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내 아이의 친구, 내 이웃이 다문화가정인 것은 먼 미래의 뉴스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인 것. 그 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나 10대 사춘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엄마는 왜 필리핀 사람이야? 애들이 깜둥이라고 해요"
전남 진도에 사는 설대영,문영,은영 삼남매는 필리핀이 고향인 엄마가 담은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어느 엄마보다 더 한국음식을 잘하는 엄마와 늘 아이들 편이 돼주는 아빠와 단란하게 살고 있는 3남매는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듣는 이야기 때문에 속이 상한다.
'튀기','깜둥이','외국인'...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는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삼남매에겐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된다. 첫째 대영이는 불쑥 아빠에게 "아빠, 나 하얗게 수술시켜줘"라는 말을 꺼낸다.
지독한 편 가르기 속에 섬이 되는 십대의 중도입국자녀들
여전히 단일민족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에 묶인 채,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조차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특히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은 바로 중도입국자녀들이다.한국인과 재혼한 엄마를 따라 입국한 아이들은 언어와 학력, 그리고 문화적 장벽이 놓여있지만,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잘 지키고 키워내면 이중 언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가 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불안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그 두 번째 이야기- 10대의 초상
지난 2006년 SBS스페셜에서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단일민족의 나라'를 통해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의 왜곡된 시각과 '단일민족'이라는 인식 속에 뿌리박힌 우리의 편견을 들여다봤다.
5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인식은 얼마나 변화한 것일까. 다문화가정의 폭발적인 증가로, 정부주도의 다문화지원 예산은 올 한해만도 887억원에 이르고, 전국에 세워진 다문화가정 지원센터는 200곳에 이르고 있다.
방송은 "여전히 한국인과 외국인을 가르는 차별과 편견의 잣대 속에서 단일민족의 자부심을 고집하는 한, 우리의 아이들은 마음의 멍이 든 채, 우울한 10대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20일 밤 11시 방송.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