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김정일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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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98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연도를 1941년에서 1942년으로 바꿨다.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인 1912년과 끝자리를 맞추기 위해서다. 부자간 나이 차를 30년으로 정함으로써 김정일이 딱 떨어지는 차세대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북한 보도기관들이 1981년에 이어 1982년에도 김정일이 40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소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출생일인 2월16일에 대한 해석도 엉뚱하다. 216의 21은 21세기,6은 조선민족이 세운 여섯 번째의 나라인 '사회주의 조선'이란다. 말하자면 '김정일은 21세기 통일된 조선을 이끌 영도자'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백두산 봉우리 수도 신통하게 216개라는 선전을 곁들인다. 출생지와 관련된 일화는 더 가관이다. 한 백발노인이 백두산을 오르던 중 갑자기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2월16일 '세계를 지배할 비범한 장군이 태어날 것'이라고 알려줬단다. 하지만 김정일은 김일성이 은신중이던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부근에서 태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 생일 기념행사가 공식화된 것은 74년부터다. 북한노동당 권력 실세로 두각을 나타낸 게 계기다. 그러다가 김일성 사망 다음해인 95년 김일성 생일(4월15일 · 태양절)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로 지정됐다. 부자의 생일 사이인 2월16일부터 4월15일까지 두 달은 축제기간이다. 강성대국 건설과 충성을 다짐하는 보고대회를 비롯 예술제,체육대회,불꽃축제 등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경제난이 심한 올해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평양 거리엔 각종 네온사인과 꼬마전구를 이용한 '불장식'이 등장했고 김정일화(花) 전시회,예술단 공연,피겨 축전 등이 개막됐단다. 북한 매체들은 '2월의 명절이 밝았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김 위원장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치원과 소학교 학생들에겐 과자와 사탕이 주어졌으나 쌀 옥수수 등의 특별배금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 고위층이나 당 간부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한다.
주린 배를 안고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다닐 주민들 고통만 가중되게 생겼다. 아무리 통제사회라도 "하루하루 연명도 힘든데 축전에 헛돈을 쓴다"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김 위원장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영국 록스타 공연을 보고 돌아갔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출생일인 2월16일에 대한 해석도 엉뚱하다. 216의 21은 21세기,6은 조선민족이 세운 여섯 번째의 나라인 '사회주의 조선'이란다. 말하자면 '김정일은 21세기 통일된 조선을 이끌 영도자'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백두산 봉우리 수도 신통하게 216개라는 선전을 곁들인다. 출생지와 관련된 일화는 더 가관이다. 한 백발노인이 백두산을 오르던 중 갑자기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2월16일 '세계를 지배할 비범한 장군이 태어날 것'이라고 알려줬단다. 하지만 김정일은 김일성이 은신중이던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부근에서 태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 생일 기념행사가 공식화된 것은 74년부터다. 북한노동당 권력 실세로 두각을 나타낸 게 계기다. 그러다가 김일성 사망 다음해인 95년 김일성 생일(4월15일 · 태양절)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로 지정됐다. 부자의 생일 사이인 2월16일부터 4월15일까지 두 달은 축제기간이다. 강성대국 건설과 충성을 다짐하는 보고대회를 비롯 예술제,체육대회,불꽃축제 등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경제난이 심한 올해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평양 거리엔 각종 네온사인과 꼬마전구를 이용한 '불장식'이 등장했고 김정일화(花) 전시회,예술단 공연,피겨 축전 등이 개막됐단다. 북한 매체들은 '2월의 명절이 밝았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김 위원장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치원과 소학교 학생들에겐 과자와 사탕이 주어졌으나 쌀 옥수수 등의 특별배금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 고위층이나 당 간부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한다.
주린 배를 안고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다닐 주민들 고통만 가중되게 생겼다. 아무리 통제사회라도 "하루하루 연명도 힘든데 축전에 헛돈을 쓴다"는 불평이 나올 만하다. 김 위원장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영국 록스타 공연을 보고 돌아갔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